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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호블랜드 뮤지캡 (Hovland Musi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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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패시터는 기타의 톤 조절을 가능하게 해주고 기타의 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입니다. 보통 대부분의 기타들이 매우 저가 캐패시터를 장착하고 나오는데요, 이걸 교체해주면 적은 가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들 합니다. 오렌지 드랍이나 바이타민-Q와 같은 캐패시터들과 함께 고급 캐패시터로 꼽히는 호블랜드의 뮤지캡을 설치해봤습니다. (고급의 기준은 기타의 기준입니다. 오디오쪽에서는 더 좋은 캐패시터들이 많은것 같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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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의 톤 조절 회로는 보통 위와 같이 생겼습니다. G&L과 같이 볼륨-트레블-베이스의 구조로 되어 있는 기타들은 약간 다르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기타들의 톤 조절 회로는 위의 구조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기본적으로 캐패시터가 고음을 흘려보내는 성질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기타로부터 오는 신호에서 어느 정도의 고음을 접지로 흘려보낼지(즉, 앰프로 보내지 않을지)를 가변저항과 캐패시터의 조합을 통해 조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톤 노브를 어느 위치에 두던지 기타의 톤은 기본적으로 캐패시터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요즘 펜더에 장착되는 델타톤 회로나 반헤일런식 막가파 시스템에서는 톤 회로를 거치지 않고 픽업에서 나오는 소리를 거의 그대로 앰프로 보냅니다만..

기타의 톤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는 캐패시터들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용량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타에 사용하는 캐패시터의 값은 거의 정형화 된 것 같습니다. 깁슨의 경우는 0.022uF가 기본이고요, 올드 펜더는 0.1uF, 요즘 펜더는 역시 0.022uF. 기종별이나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0.047uF를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캐패시터 값의 변화에 따라 기타의 기본적인 톤이 변화하게 되는데요, 그 변화를 개략적으로 보여주는 표가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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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표는 stewmac.com에서 가져온 그림인데요, 흰색 영역이 해당 캐패시터가 접지로 흘려보내는(즉, 앰프로 못나가게 막는) 음의 영역입니다. 그러니까, 기타를 빠져나와 앰프로 가는 음들은 아랫쪽의 회색 네모칸의 영역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시다시피 큰 용량의 캐패시터를 사용할수록 고음을 사정 없이 깎아 버린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펜더의 아메리칸 스탠다드 모델과 빈티지 리이슈들의 톤의 성향 차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물론 스탠다드의 0.022uF 캐패시터를 0.1uF로 교체한다고 해서 당장 빈티지 모델의 소리가 나오는건 아닙니다만, 저처럼 펜더의 깽깽(?)대는 소리를 싫어하는 분은 캐패시터를 높은 값으로 교체하면 어느 정도 성향의 조절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 반대도 가능하고요.

호블랜드의 뮤지캡을 사용해보게 된 이유는 예전에 깁슨 SG 61의 사용기를 올렸을 때 리플에 wormhole이라는 분이 호블랜드 뮤지캡을 사용해보면 좋을거라는 조언을 해주신게 발단이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가격이 바이타민-Q의 대략 2배, 오렌지드랍의 7-8배 정도 되는 고가 캐패시터더군요. 캐패시터들은 먹어서 맛있을것 같이 생긴 넘들이 비싸다는 농담이 있던데요, 뮤지캡도 꽤나 먹기 좋은 캔디같이 생겨서 그런지 비싸네요. 물론 그래봐야 담배 한보루 가격도 안됩니다만... 어쨌든 0.022uF짜리 2개를 주문해서 깁슨 SG 61에 달아보기로 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harmony-central.com 포럼을 검색해보니 이 호블랜드 뮤지캡에 대해 논란이 좀 있더군요. 지나치게 비싸다, 효과가 있다 없다 등등 말이 참 많습니다. 로우파이 악기인 기타에는 오렌지 드랍보다 비싼 캐패시터가 무슨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많은데요, 어떤 사람은 자기는 이거 장착한 기타 소리를 다 구분할 수 있다네요. 물론 자기가 쓰던 기타들에 한해서라는 단서가 있기는 했지만요.. ^^ 어쨌든, 최소한 이걸 달아서 나빠졌다는 말은 없으니 맘 놓고 주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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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뚜껑을 열어보니 이놈의 깁슨,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납땜도 대충한거 같고, 캐패시터도 한개에 10원도 안할거 같은 초저가 세라믹 콘덴서이고요... 흑연 비슷한 걸로 칠하다 만 듯한 저 쉴드... 펜더나 깁슨 이 두 회사는제대로된 쉴드 같은건 애초부터 별로 관심이 없는거 같습니다. 무슨 자존심 대결인지.. 암튼, 소리가 좋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포트들이 4개가 보이는데요, 좌측의 두개가 볼륨이고 우측의 두개가 톤입니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볼륨의 아랫쪽 단자에 픽업에서 온 검정색선과 함께 캐패시터의 한쪽 다리가 연결되어 있고, 캐패시터의 다른쪽 다리가 톤의 아랫쪽 단자에 붙어서 톤 포트의 가운데 단자를 통해 접지로 흘러가는 형상입니다.

기존의 캐패시터를 제거하고 뮤지캡을 납땜해서 장착하는건 납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수전증 있어 손 떠는 저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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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에서 나오는 신호선, 즉 좌측의 볼륨쪽에 캐패시터의 (+)극인 빨간색 선을 연결하고, 접지쪽인 톤포트 쪽에 (-)인 녹색선을 연결하였습니다. 캐패시터의 선을 짧게 잘라서 장착할까 했는데 그랬다가 나중에 낭패를 본 경우가 많아서 긴 상태로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설치를 마치고 뚜껑을 닫으려다 보니, 뮤지캡이 크기가 커서 어떻게 넣을데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포트 위에 대충 얹어놨더니 뒷뚜껑이 닫히지가 않습니다. 암튼, 그래서 한개는 위 사진처럼 포트들 사이에 끼워서 해결을 했고요, 나머지 하나는 톤 포트의 편편한 부분과 그 옆의 공간을 이용해서 간신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래는 케이블 타이로 고정을 할까 했는데 딱히 묶을 곳도 없고 케이블 타이의 두께 때문에 역시 뚜껑이 닫히질 않을거 같아서 고민하다가 3M 양면 테이프로 벽에 고정했습니다. 자동차 DIY 할때 최고의 명언에 "뭔가 하다가 잘 안되면 3M을 써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

암튼, 이렇게 해서 캐패시터를 교체했는데요, 앰프에 물려보니 소리가 조금 좋아지기는 한거  같습니다. 해상도가 높아졌다고나 할지... 그리고, 고음이 조금 맑아진 느낌과 함께 중음대가 다소 부드러워진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소리에 균형이 생겼고 정갈해졌습니다. 생톤도 좋지만 게인을 조금씩 높이다가 오버드라이브가 걸릴까 말까 하는, 약하게 치면 생톤 나오고 세게 치면 게인 걸리는 그 정도 영역에서의 할퀴는(?) 소리가 좀 더 멋있어 졌습니다.

뮤지캡 장착 전후에 간단하게 샘플을 녹음했는데요, 역시 POD XT로 녹음을 해서 그런지 잘 티가 나지 않습니다. 디스토션 걸어서 녹음한 음은 전혀 구별 불가능이라 제외했습니다. 생톤은 그나마 아주 약간 차이가 나게 들리는거 같습니다. 똑같은 프레이즈를 각각 톤이 10, 5, 1인 상태에서 녹음했습니다. 깁슨 SG 61의 프론트 픽업을 이용했습니다.


일반캡뮤지캡
10


5


1



잘 구분이 안된다고 비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기타 주인인 저도 이것만 듣고는 긴가민가 합니다. 앰프 앞에서는 차이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같은 분들 많겠지만 사실 제 경우에 기타의 톤 노브는 거의 10으로 놓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교체를 계기로 톤 노브를 조금은 조절해가며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뮤지캡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오렌지 드랍 정도로만 교체를 했어도 충분히 좋은 효과를 봤을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론을 내려 보면 캐패시터의 교체로 얻을 수 있는건 크게 3가지인것 같습니다.

첫째는, 전반적으로 소리가 좀 더 정갈해졌다.
둘째는, 뒷 뚜껑을 열때마다 뿌듯하다는 점..
세번째는, 바로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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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톤 노브를 좀 더 예뻐하게 되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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