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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동판 테이프를 이용한 쉴딩




험-싱-험 개조를 해서 잘 쓰고 있던 펜더에 집에 있던 두꺼운 동 테이프로 쉴딩을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대 실망입니다. 쉴딩 자체는 대성공이지만 쉴딩에 쓰이는 재료의 선정에 큰 신경을 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펜더의 사양은 미펜 스탠다드 바디, 미펜 디럭스 넥, 윌킨슨 VSVG 브릿지, 던컨 재즈 SH-2 넥 픽업, 던컨 디스토션 SH-6 브릿지 픽업, 미펜 빈티지 62 미들 픽업, 메가 스위치 등입니다. 이베이에서 넥을 사게된걸 계기로 만들기 시작해서 날을 거듭할수록 개조가 심해지고 있는 기타입니다. http://youlsa.com/102

쉴딩을 하게된 계기는 GuitarNuts.com에 올라와 있는 쉴딩과 관련된 Quieting the Beast, Shielding a Strat이라는 글 [링크]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잡음은 잡음일 뿐...


글에 소개된 작업 과정은 크게 2가지 입니다.
1. 픽가드와 바디의 쉴드.
2. 배선 정리

이 중 쉴드는 동 테이프나 알루미늄 호일, 동 테이프, 도전성 페인트 등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픽가드와 바디의 쉴드가 만나도록 해서 안정적인 그라운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집에 동 테이프가 있어서 픽가드와 바디에 모두 이걸 이용했는데요, 접착면도 전기가 흐르도록 되어 있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연결해 붙이기만 해도 되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다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가 가진 동 테이프가 좀 두꺼운 종류였다는 것이 쉴딩의 실패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배선의 정리에 대한 제일 중요한 점은 그라운드 루프를 피하고 그라운드로 향하는 배선은 한군데에서 쉴드와 만나도록 하라는 겁니다. 보통 펜더 기타의 경우에는 위의 그림과 같이 볼륨 포트와 톤 포트의 본체를 선으로 연결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통 픽가드를 통해서도 도전이 되기 때문에 그라운드로 향하는 배선이 여러갈래가 되어 버리는 그라운드 루프를 형성하게 되어 잡음이 심해지게 됩니다. 이것만 잘 피하면 잡음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미펜도 이렇게 배선되어 있는 기타들이 종종 있더군요. 어쨌거나 이들 포트 사이의 배선만 잘라줘도 잡음은 한결 줄어듭니다.

그리고, 바디에 쉴드를 해놓은 동테이프나 알루미늄에 픽업이나 셀렉터 등이 닿게 되는 경우도 절대 피해야만 합니다. 행여 닿게 되면 쉴드 하나 마나 더 심한 잡음을 만나게 됩니다.



바디 부분인데요, 나름 깔끔하게 한다고 했는데 이 모양입니다. 테이프가 두꺼우니 어찌 방법이 없네요. 두꺼운 테이프에 손도 엄청 베었습니다. 피 철철... 이렇게 해놓고 픽업들이나 기타 금속성 부품과 만날 위험이 있는 부분들에는 테이프 등으로 절연을 해주었습니다.

쉴드를 끝내고 기타를 닫아서 소리를 들어보니 정말 잡음이 거짓말처럼 없습니다. 원래도 험버커 픽업이라 잡음이 적었는데 쉴드까지 하니 정말 잡음 제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큰 맹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펜더 기타 특유의 찬란한(?) 고음이 죽어버린 겁니다. 비록 험싱험 이지만 나름 펜더스러운 고음은 어느 정도는 살아있었는데요, 쉴드를 하고 나니 엄청나게 먹먹한 소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픽업이 바뀐 것도 아닌데 쉴드를 했다고 고음이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쉴딩을 했다는 것 자체 때문에 소리가 죽는게 아니라 아무래도 저 동판 테이프 쉴드의 무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 테이프의 무게가 무거운데 이게 바디의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위를 모두 감싸고 있어서 바디가 제대로 울리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기타를 앰프에 꽂지 않고 생으로 들어봐도 알겠더군요. 울림도 죽고 고음도 죽고, 잡음만 없는 이런 쉴드는 참 있으나 마나 한 쉴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장 뜯어 버렸습니다. 뜯어내서 들어보니 꽤 무겁네요. 뜯어내고 나니 다시 찰랑거리는 소리가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기타의 쉴딩에는 얇아서 울림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알루미늄 호일이나 도전성 페인트를 이용하는게 더 나은 결과를 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험버커 기타 보다는 싱글 코일 기타에 더욱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험버커 기타는 원래 잡음이 적어서 큰 감동은 못느낄 것 같습니다.

고가의 기타들이 얇은 카본 페인트 정도의 허접한 수준의 쉴드만 달고 나오는건 나무의 울림을 최대화 하기 위한 나름의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타의 울림을 극대화 하기 위해 깁슨 블랙뷰티의 멋진 껍데기를 모두 벗겨 버렸다는 믹 론슨의 일화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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