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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보스 BCB-60 페달보드 & 보스 페달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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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중반에 처음 학교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합주를 시작했을때 함께 했던 친구들 중에 제일 부러웠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함께 기타 치던 친구였습니다. 저는 낙원제 짝퉁 합판 기타를 쓰고 있을때 오리지날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치던 친구였는데요, 기타도 기타지만 더 부러웠던게 그 친구가 들고 다니던 보스 이펙터 가방이었습니다. 아마 BCB-60의 전신인 BCB-6 아니였나 싶은데요 깔끔한 가방 안에 색색깔별로 가지런히 배열된 페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함께 합주하러 가면 저는 보스 오버드라이브 하나에 PSK 코러스만 대충 실내화 가방 같은데다가 덜그럭 거리며 들고 갔는데 말입니다.

집에 기타나 앰프들을 많이 들여놓고 싶지만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마누라에게 발각되지 않기가 어려워 하는수 없이 웬만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서로 구별이 쉽지 않은 이펙터 페달들을 모으는 취미가 생겼는데요, 그러다 보니 페달보드에 못들어가고 남는 페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페달보드 2개를 채우고도 남네요. 남는 것들을 보니 대부분 보스 페달들입니다. 마침 옛날 그 친구 생각도 나고 그래서 한풀이(?) 차원에서 보스 이펙터 캐링박스 BCB-60을 가져다가 3번째 페달보드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BCB-60은 펼쳐놓으니 생각외로 꽤 사이즈가 큽니다. 보통 페달보드 짤때에는 제한된 면적에 최대한 많은 페달을 밀어넣기 위해서 테트리스를 하게 되는데요, 이 페달보드의 경우에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공간 비효율적입니다. 일반적인 판떼기(?)식 페달보드라면 페달이 한 15개는 들어갈만한 크기인 것 같습니다.

페달의 구성은 CS-3 컴프, OD-3 오버드라이브, DS-1 디스토션, BF-2 플랜져, CE-2 코러스, DM-2 딜레이 입니다. 이들 중 CS-3와 OD-3는 Monte Allums 모디 버전이구요, DS-1은 Keeley의 Ultra 모디 버전입니다. 결국 6개의 페달들 중 앞부분의 페달 3개는 모디 페달이고 뒷부분 공간계/모듈레이션계 3개는 일본제 80년대 제품들이 되어 버렸네요. 이렇게 배열을 해놓고 보니 웬지 현재의 보스 페달들의 현실을 말해주는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공간계 등은 80년대 일본제 아날로그 페달들에 비해 웬지 부족해보이고 오버드라이브/디스토션 류는 잡음이 많아서 모디해야 쓸만한 근래의 보스 페달들의 문제점을 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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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은 윗쪽 사진과 같이 페달보드 중간 부분의 홈통(?) 비슷한 곳에 모두 밀어넣어 깔끔하게 정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원 문어발 케이블과 각종 지나다니는 케이블들은 모두 이곳에 밀어넣고 뚜껑을 닫아 잠궈 버리면 깨끗해집니다. 뚜껑은 손으로 돌리는 나사로 탈착이 가능합니다. 튜너는 제가 가진 TU-80이나 TU-12H 둘 다 바이패스 성능이 좀 너무 안좋아서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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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달려오는 사진의 아답타는 그 유명한 정전압 방식 PSA 아답타의  대용량 버전인 PSC 아답타입니다. 총 용량이 1000mA이니 꽤 큰 편입니다. 프리볼트이고 유럽쪽 버전인거 같습니다. 집에 있던 순흥전기와 안전사의 정전압 아답타들과 비교해보니 잡음이나 그런 면에서 큰 차이는 모르겠습니다만, 웬지 모를 "보스"의 로고가 마음 뿌듯하게 합니다. 물론 그 밑의 "Made In China"가 좀 꺼림찍하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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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과 같이 기타로부터 오는 케이블은 INPUT에 꽂게 되어 있고요, 곧장 SEND로 나갑니다. 여기에서 튜너로 가던지 아니면 페달보드 상의 첫번째 페달로 연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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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과 같이 보드상의 마지막 페달에서 RETURN으로 연결을 하고 거기서 다시 OUTPUT을 통해서 앰프로 가게 됩니다. RETURN이나 OUTPUT 잭은 스테레오 출력 페달들을 위해서 두개씩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기타에서 한차례 잭을 거쳐서 들어오고 다시 한번 잭을 거쳐 앰프로 가게한 이유는 연결을 편리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ACA 타입의 12볼트 페달들에 제대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전의 사용기에도 언급을 했었는데요, ACA 타입의 12볼트 페달들에 PSA 타입의 9볼트 아답타를 이용해서 제대로 전원을 공급하려면 문어발을 사용하면 됩니다. 요약하자면, 어차피 ACA 타입 페달들도 결국 내부에서는 9볼트로 동작하기 때문에 일단 12볼트를 입력 받은 후 전압을 강하시켜 사용하므로 문어발을 이용해서 전원쪽과 이펙터 신호선 쪽의 그라운드를 통합시켜버려 공통 그라운드를 만들어 버리면 전압 강하 회로가 바이패스 되어 9볼트 아답타로도 제대로된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BCB-60의 설명서에도 이 부분이 아주 간단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물론 잡음에 취약한 그라운드 루프를 만들어버리는게 되므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되지만 사용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

근데, 결정적으로 케이블의 갯수가 좀 아쉽습니다. 긴 케이블 3개와 짧은 케이블 5개가 제공되는데요, 스테레오 페달을 사용하면서 튜너를 함께 연결하려면 케이블이 하나 부족합니다. 행여나 스테레오 페달 2개를 연달아 쓰려면 (예를들어, CE-5에서 DD-6) 역시 케이블이 2개 부족합니다. 그래서, 별도로 케이블을 구매할 수 없는지 코스모스에 문의했지만 구입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케이블을 써도 되지만 웬지 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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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폼으로 되어있는 페달보드 바닥이 보스 이펙터들의 사이즈(소형 페달, 트윈 페달)에 맞춰 미리 잘라져 있는데요, 그걸 뜯어내고 페달을 얹으면(?) 됩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 폼은 페달을 꽉 잡아주지는 못합니다. 양면 테이프 등으로 바닥에 고정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BCB-6이나 페달 3개만 담는 BCB-30은 페달을 양옆에서 꽉 잡아주도록 되어 있던데 이 점은 좀 아쉽습니다. 트윈페달이나 V-Wah같은 다양한 모양의 페달들까지 함께 쓸수 있도록 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것 같습니다. 아뭏튼, 페달 가방을 열 때 가방을 세운 상태에서 열거나 하면 페달들이 쏟아집니다. -_- 그럴리는 없겠지만 페달을 밟으려다 잘못 밟으면 페달들이 제자리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사용하려면 듀얼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양면 테이프는 필수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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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쪽의 사진은 이 BCB-60의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인 잠금 장치입니다. 보시다시피 매우 허접한 플라스틱으로 잠그도록 되어 있고요, 그나마도 잘못하면 망가지기 쉽습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건 잠금장치 망가지면 노끈으로 묶고 다니라고 만들어 놓은건지 모르겠지만 사진과 같이 잠금장치 옆에 구멍이 있다는 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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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보드를 닫아놓은 모습은 예전의 BCB-6과 비슷한것 같습니다. 깔끔하고요, 구경하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히 멋져 보입니다. ^^
 

간단하게 보드상의 보스 페달들에 대해 사용 소감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아놓고 보니 모두 아날로그 페달들이네요. ^^

CS-3 : 예전에 한번 사용기를 올렸던 Monte Allums 모디버전입니다. 요약하면, 원래의 CS-3는 SUSTAIN 노브를 조금만 올려도 잡음이 너무 많이 생겨버려 제대로 쓰기 위해 모디했고 이제 좀 쓸만한거 같습니다.

OD-3 : 이 페달은 사실 그냥 써도 무방할 정도로 괜찮습니다만, 그냥 하는 김에 모디했고요. 큰 차이는 없습니다. 잡음이 좀 줄어 부스터로 쓰기 더 좋아졌다는 점, 과하다 싶었던 저음이 조금은 타이트하게 모아졌다는 점이 다릅니다.

Keeley DS-1 Ultra : 이건 뭐... 그냥... 좋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잡음이 적다는거... 제 경우에는 튜브존에 밀려 메인 페달보드에서 쫒겨난 이후로 간신히 보금자리를 찾게된것 같습니다만, 참 좋은 디스토션 페달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3개의 페달들은 모두 주로 잡음 때문에 모디파이를 하게 된 경우네요. -_-;;

BF-2 : 플렌져입니다. 블랙라벨/블랙노브/블랙스크류로 81년산이네요. 일반적인 플렌져와 같이 제트기(?) 소리도 나기는 하지만 웬지 코러스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노브를 돌리다 보면 코러스 비슷한 소리가 날때가 많습니다.

CE-2 : 일반적인 코러스입니다. 블랙라벨/블랙스크류인데요, 82년산입니다. 이것도 전형적인 코러스입니다. 아날로그 페달 답게 노브를 어디에 두던 거슬리지 않는 따뜻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리를 내줍니다. 이펙트를 켰을때 아주 약간의 볼륨부스트가 있네요.

DM-2 : 아날로그 딜레이입니다. 81년산입니다 3205 칩을 이용하는 버전인데요, 아나로그 딜레이는 AD9 써보고 이게 두번째인데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 귀에는 AD9에 비해 딜레이 소리가 좀 더 잘 들립니다. 역시 AD9과 마찬가지로 따뜻하고 더 확실히 녹아내리는 소리가 나네요. 딜레이 타임은 AD9과 비슷하게 최장 300ms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다만, 노브 이름들이 요즘 딜레이 페달들과는 달리 Repeat Rate/Echo/Intensity라고 되어있어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각각 Delay Time/Delay Level/Repeat 의 의미입니다.

보스 페달 6개 직렬연결은 톤깎임이 심하다고 생각하실텐데요, 사실 보스 페달들의 버퍼가 그리 고급 부품들은 아니라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음역이 좁고 로우파이 악기인 기타라는 악기의 특성상 또 아주 못쓸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럭저럭 쓸만하고요, 큰 공연도 못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사실 요즘에는 제 메인 페달보드 보다 이 페달보드를 더 많이 가지고 놀게 되었습니다.

혹시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 알려드리는데요, 보스 페달들의 시리얼 넘버들을 보고 생산 시기를 아시고 싶으시면 bossarea.com 의 보스 페달 시리얼 넘버 디코더에 시리얼 넘버를 넣어보시면 몇년 몇월에 생산된 페달인지 알려줍니다.  http://www.bossarea.com/serial/sndecoder.aspx

기타 치는 분들은 누구나 언젠가 최소한 한번 이상은 보스의 이펙터들을 접하게 되는데요, 모든 종류에 걸쳐 그럭저럭 쓸만한 페달들을 만든다는 사실에서 놀라운 회사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페달들이 2%~20%씩 뭔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좀 아쉬운 회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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