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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열린 89회 동아마라톤 대회에 다녀왔습니다.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봄날 휴일의 서울 시내 교통을 마비시키며 열리는 바로 그 민폐대회죠. ㅋㅋㅋ




보통 자전거 대회들은 2~3천명 정도가 참여하곤 하는데,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 수의 단위가 다르네요. 세계 각국에서 3만여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출발할 차례를 기다리는 기나긴 줄에 서있으니 마치 예비군 퇴소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작년에 비해 체중도 좀 늘고 육아에 시달려 허리도 안좋고, 게다가 이런 장거리를 달려본 경험이 전무해서 5시간 이내에 컷인해야 하는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총 거리가 42.195km이니 시속 4km로 걸으면 10시간 정도, 시속 8km로 천천히 뛰면 5시간 내에 들어올 수 있겠네라는 안이한 생각에 마음을 편안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니 사람들 정말 잘 달립니다. 평범해 보이는 어르신들도 아주머님들도 다 나를 추월해 달려나가고, 심지어 코스프레 복장(메이드복) 입고 뛰는 여학생까지 저를 추월하고 달려갑니다. -_-


암튼, 무리하지 않고 설렁설렁 달려 어느덧 하프 지점(21.1km)에 도착했는데 소요시간을 보니 2시간 안쪽이네요.  몸 상태도 멀쩡하고 기분도 좋고.. 지금대로만 달리면 3시간대에 들어올 수 있겠다 생각하며 기분 좋게 계속 달렸습니다. .... "뭐야? 풀코스 어렵다더니 겨우 이건가? 뭐 이리 싱거워~ 훗~"

설마 이렇게 쉬울리가...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완주 경험자들 모두가 이야기 하는 30km 지점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30km를 조금 지난 곳에서 거친 노면을 피하려다 오른 발목을 삐끗했는데, 그 뒤로 계속 안좋아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거의 뛰기가 힘들어져서 마지막까지 반쯤 걷다시피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발목을 삔것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닌 훈련 부족 및 경험 부족으로 인해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인 것 같습니다. 아래의 페이스 그래프를 보니 발목을 다친건 30km이지만 그 한참 전인 25km지점부터 이미 페이스의 저하가 나타나는게 보입니다. 몸은 이미 다칠 준비를 하고 있었던거죠. 결국 장거리를 지속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며 달려주는 훈련을 아예 하지 않은게 원인이 되어 후반 페이스가 엉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남은 시간을 확인해가며 컷인 시간인 5시간에 맞추려면 최소 얼마의 속도로 가야 하는지 계속 계산해가며 걷다 뛰다를 반복했습니다. "꼴찌 완주자가 되리라!"

어쨌든 컷오프 10여분 남겨두고 시간 내에 완주 성공.. ㅠ_ㅠ


42.195km라는 거리가 얄궂은 것이, 40km를 달리고 나면 보통 다 끝났다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남은 2km가 너무너무 멉니다. 아무리 달려도 달려도 줄어들지가 않아요. 당연하죠. 천천히 걸으면 30분 걸리는, 강남역에서 선릉역 정도 거리니까.
게다가, 그렇게 결국 2km를 다 달리고 나면 마지막 195m가 남는데, 이건 잠실 운동장 진입해서 트랙을 돌아 골인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게 또 어마어마하게 멉니다. 마음은 다 끝났다 싶은데 아무리 달려도 저 앞에 바로 보이는 골인 지점이 다가오질 않아요. ㅋㅋㅋㅋ



어쨌거나 완주.

이날 1등으로 들어온 케냐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선수와 동일한 코스를 달리고 동일한 완주메달을 받은 동등한(!) 풀코스 FINISHER. ㅋㅋㅋㅋ





완주자들에게는 완주메달과 함께 등짝에 커다랗게 FINISHER라고 새겨져 있는 촌스러운 디자인의 상의를 완주선물로 줍니다. 대회 나가보기 전에는 이런 촌스러운걸 진짜 입고 다니라고 주는거냐 생각했었는데, 나가보니 알겠더라구요. 대회에선 등짝에 FINISHER 새겨진 사람들 주변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 사람한테 페이스 맞춰 뛰려고요. 특히나 우리같이 하위권에서 처절무비 뛰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지옥에서 부처 만난듯 FINISHER 티 입은 사람들 존재감 장난 아님. ㄷㄷㄷ





나이 들어가면 보통 거의 모든 면에서 수치적으로 나빠지기 마련인데요(혈압 오르고, 허리둘레 늘고, 가세 기울고.. 등등)

자전거나 달리기등의 대회가 좋은게 그나마 수치적으로 매년 자신의 기록을 갱신해가면서 수치적으로 작년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점이라고 봅니다.


엉망이나마 마라톤 첫 기록을 찍어놨으니 이제 해마다 코스 기록 갱신해가면서 남은 여생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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