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이야기

한양 인근 라이딩 코스 소개. "조선은 처음이시죠?"

아내가 역사 연구자라서 가끔 재미있는 내용들을 보고 있는걸 발견하곤 합니다.

효종비의 장례식을 마친 후에 시신을 광진(광나루터)에서부터 효종이 묻혀있는 영릉(여주에 있음)으로 옮기는데 배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보통은 육로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행여 배가 침몰이라도 되거나 하면 바로 수장되어 버리는거라서..)

당시 실무진이 미리 답사했던 보고서나 실제 이동시의 경로라던지 휴식처라던지 뭐 그런 자세한 기록들이 남아 있다는데, 요즘 지명들과 연결시켜 보려고 해도 일반인들(==비자덕들)은 보통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들이고, 더구나 당시에는 배를 타고 갔던 물길이라 뭐 여러모로 짐작이 잘 안되어 힘들다고 합니다. 조선의 일 잘하던 공무원들은 200리길을 5리(약 2km) 단위로 웨이포인트를 잡아서 꼼꼼한 스케쥴을 짰다고 합니다. 그에 맞춰 장부를 적고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의 일들에 기준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2박 3일에 걸친 대장정.. 그런데 네이버 지도 등에서 일일히 거리측정 기능으로 예상 포인트를 찍고 그 근처의 옛 지명을 찾아보고 대조하는 등등등 연구작업이 너무 힘들다는겁니다.

근데.... 힐끗 보니 이건 그냥 사실상의 남한강 자전거길 코스.. 우리의 Ridingazua.cc를 이용해서 한큐에 해결을 해줬습니다. 대략 76km정도 됩니다. 곳곳에 포인트도 찍어 메모도 남길수 있고, 거리도 바로바로 볼 수 있고.. 이렇게 보니 어디어디에서 뭘 했는지 한눈에 보여서 좋다고 합니다. ("다시는 우리 자덕을 무시하지 말라규!"^^)

 

 


연구자료로 대동여지도 등의 옛 지도들을 함께 참고해서 보던데, 의외로 조선시대와 지금의 강이나 산의 모습들이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아서 대동여지도에서 한양과 그 인근의 라이딩 코스들을 잠시 찾아봤습니다. 


(지도를 클릭해서 크게 보시면 더 재미있습니다.)

1. 남북 코스
한양입니다. 
경복궁 뒤에 있는 북악산의 조선시대 이름이 "백악"이네요. 
아랫쪽에 있는 산은 남산인데, 조선시대 이름이 "목멱산"입니다. 
"여보게. 우리 이번 주말에 함께 목백 라이딩 가세" 해야 하는겁니다. ㅋㅋㅋㅋㅋ

청계천과 종로거리가 바로 눈에 띄고요, 경복궁, 인왕산, 삼청동 등의 익숙한 지명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가만 보니, 백악 라이딩 갈때 잘못하면 경복궁 근처나 오르막 초엽에 있는 초소 근처에서 포졸들에게 잡힐거 같네요. 인왕산 쪽으로 돌아가려 해도 당시 인왕산 호랑이가 유명했다던데.... ㄷㄷㄷ 

성북구쪽으로는 어떻게 다운힐이나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자전거 들고 성벽 넘어야 할런지도.. ^^

 

 

2. 한양 주변..
제일 먼저 눈에 띄는건 우하단의 강남 벌판.. 우리 조상님은 저때 압구정 땅을 왜 안사셨을까 하는.... 
저때에도 봉은사가 있는게 보입니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사찰이니까요. 그 바로 밑이 코엑스.. ^^
압구정에서 강건너 북쪽으로 보이는 긴 개천이 중랑천인듯.. 
중랑천 합수부 옆의 "저자도"라는 큰 섬은 지금은 수몰된 섬이라고 합니다. 

한강 넘어 강남쪽 라이딩을 위해서는 한강진, 양화진, 노량진, 광진 등에서 비싼 뱃삯 내고 자전거를 옮겼어야 했겠네요.
("사람만 닷냥이지, 자전차까지 하면 일곱냥 내셔야죠")
막대한 뱃삯을 아껴준 반포대교와 잠실철교에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3. 하트 코스
비싼 뱃삯 내고 강 넘어왔으니 하트 코스라도 돌아야죠. 자덕이라면 대충 딱 봐도 어디가 어딘지 아실듯.. 
대모산도 보이고, 양재역도 보입니다. (노란 동그라미에 세로선이 그어진 곳은 말을 갈아탈수 있는 역관이라고 합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약간 붉은 빛을 띄는 동그라미들은 왕릉입니다. 한강쪽의 "선"이라고 쓰여있는 곳이 선정릉, 대모산 아래의 "헌"자 써있는 곳이 헌인릉.. 

대략 보시면 하트 모양의 코스를 그려보실 수 있을겁니다. 때마침 적당한 위치에 있는 과천역관에서 밥도 먹고 휴식도 가능하겠네요. 실제 단체 하트코스 라이딩 할때에도 보통 저쯤에서 밥 먹는 경우가 많죠.

관악산 자락 넘어가는 길에서 산적이나 호랑이 좀 조심하고, 안양천 가는 길만 잘 찾으면("길 잃은 라이더이온데, 가민이 죽어 그러니 길 좀 여쭙시다") 하트코스 완주는 크게 무리 없겠습니다. ㅋㅋㅋ

 

 

오늘날의 하트코스..

 


4. 아라뱃길
거의 없던 물길을 뚫은거라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큰 동그라미들만 보면 "양천", "부평", "인천".. 
아라뱃길이 부평 윗쪽으로 수평으로 지나가니 대충 짐작은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안남산"이 지금의 "계양산"이군요. 

공항 건설을 위해 좌측의 "자연도"라는 큰 섬과 주변의 4개의 섬을 합쳐 지금의 거대한 영종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아라뱃길

 

5. 노원인근..... 

클리앙 자당의 @크리안님 기준 노원근교 지도입니다.

확대해서 이곳 저곳 보시면 은근 재미있습니다. ㅋㅋㅋ

 

6. 동부고개
위의 지도에서 오른쪽의 한강이 둘로 갈라지는 부분이 양수리이고 그 오른쪽이 동부고개입니다. 
대동여지도가 당시의 기술을 생각해보면 꽤나 정밀한 편인데, 산이나 강의 모양이 지금의 지도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한강종합개발, 댐 건설, 밤섬 폭파 등등으로 한강줄기가 많이 변한게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위의 지도의 동부고개 부분을 확대해서 동부22고개 코스와 겹쳐보았습니다. 굵은 빨간 줄이 코스이고 산 모양 아이콘이 있는 곳이 우리가 아는 동부 고개들의 정상지점입니다. 대충 겹쳐놓은거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중앙 아랫쪽의 "용문산"이 딱 눈에 띄네요. 왼쪽 중간쯤의 "운길산"도.. ^^
벗고개, 서후고개 등은 "황악산", "고달산" 등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명달리 언덕도 결국은 고달산의 한 자락인 모양입니다.
사실 "동부 22고개"는 잔잔한 고개들 22개를 모아놓은 잔잔한 코스라서 웬만한 고개들은 이름도 없는게 대부분입니다. 역시나 안전한 동부 22고개.. ^^

오른쪽 하단부의 "백양치"는 알아보겠네요. 역시나 높고 가파르니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백양치 아래에 "신당사"라는 절이 보이는데 22고개의 마지막 고개인 "신당고개"가 이곳의 이름을 딴듯 합니다. "신당치"가 보이는데, 이곳이 22고개 코스의 마지막 고개인 "신당고개"인것으로 보입니다. (마누라님이 "사"와 "치"도 구별을 못하냐며... ㅠ_ㅠ)

비솔고개는 "팔봉산" 자락을 넘는 것 같은데.. 지도상의 위치가 좀 알딸딸 합니다..

왼쪽 하단부에 "분원"리가 살짝 보이는데, 당시에는 분원리 근처의 한강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네요. 팔당댐이 없어서 그런거겠죠.

 

라이딩 조건은 조선시대보다 지금이 훨씬 나으니 아닥하고 라이딩이나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뱃삯도 안들고, 산적도 없고, 포졸이 잡아가지도 않고.. ^^


덧) 대동여지도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모두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relic/search/view?relicId=4502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