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스 OD-1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하지만 가지고 있던 OD-1은 굉장히 후기 버전이죠. 그냥 4558칩에다가 그저 그런 빈티지 가치도 별로 없는 단종되기 바로 직전인 83년 정도에 생산된 모델인거 같습니다. 기판 번호도 ET-23E이구요. (OD-1의 종류와 변천사는 http://kr.blog.yahoo.com/jonlee71/archive/2005/1/2 이곳을 참고하세요.) 한동안 그 좋다는 실버 스크류의 14핀짜리 3403 칩이 박혀있는 OD-1을 사려고 찾아 헤맸는데 찾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막상 발견해도 지나치게 빈티지(?)하게 생겨서 선뜻 그만한 금액을 지불하고 사기가 힘들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던 OD-1의 불만은 딱 하나. 저음을 지나치게 깎아먹어서 꼭 AM 라디오를 통해서 듣는거 같은 소리를 내준다는 거죠. 이리저리 사용기들을 읽어보니 실버스크류에 3403칩이 박힌 OD-1들만이 저음도 살아있는 제대로된 소리를 내준다는 이야기들이 있더군요. 아…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아나로그맨 (www.analogman.com)에서 OD-1의 모디를 해준다는걸 보게 되었습니다. http://www.analogman.com/od1.htm 여기에서 보니 두가지 모디가 존재하는데요, 빈티지 모디와 빈티지 칩 모디의 두가지네요. 설명에 보니 빈티지 모드는 콘덴서 값들만 옛날 버전의 것들로 바꾸어 주는 것이고 빈티지 칩 모드는 거기에 더해 3403칩을 장착해서 옛 버전과 완전히 동일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차피 페달 자체도 그리 빈티지 가치가 있는 놈도 아니고 해서 모디를 받게 되었습니다.
빈티지 모드는 40불, 빈티지 칩 모드는 60불이네요. 이왕 하는거 빈티지 칩 모드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국제 우송료가 30불.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데 몇가지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12V ACA방식을 9V PSA 방식으로 개조(공짜), 고휘도 LED 개조 (5불), 푸쉬/풀 클리핑 모드 전환 스위치 개조(25불). 이렇게 해서 총 120불이 들었고요, 처음에 페달을 미국으로 보내는데 1만 5천원 정도 들었던것 같네요. 암튼 다 해서 14만원 정도 들었나보네요. 생각보다 많이 들었네요….. -_-;;;페달을 받으니 저렇게 생겼네요. 외관이 많이 변하지 않았기를 바랬는데 겉에 저렇게 말라붙은 핏빛으로 아나로그맨 로고를 새겨 버렸네요. 게다가 볼륨 노브도 은박 껍데기를 떼어내고 Pull이라는 말을 새겨놨네요. 외관을 완전히 망쳐 놨다는… -_-;; 노브는 마침 남는게 하나 있어서 잽싸게 바꿔 버렸습니다. 로고들도 나중에 지울 예정입니다. 사진에 안나온 페달 아랫부분에도 로고가 하나 더 있고, 뜯어보면 아랫판에 또 엄청 크게 뭔가 써놨습니다. 무슨 페달이 낙서장도 아니고… -_-;; 암튼, 저 Pull이라고 쓰인 스위치는 밀고 땡길수 있는데 클리핑 모드를 전환해줍니다. 땡기면 Boss 방식(비대칭)이고 누르면 Ibanez 방식(대칭)이죠. 그래봐야 다이오드 한개 더 추가하고 말고 차이 입니다. 입자감이 차이를 보이죠. Boss 방식이 오리지날이죠. Boss 방식이 좀 더 뭐랄까 음량이 크고 날이 선 야성적인 소리입니다. 아이바네즈 방식은 ts808류와 같이 부드럽고요.
고휘도 LED로 개조한건 사실 처음 봤을때는 별로 티가 안나더군요. 그냥 아주 약간 더 밝은 넘으로 바뀐거 같습니다. 다른 색으로도 작업을 해주는데 빨간색을 선택해서 그런가 보네요.
기판 사진입니다. 모디 보내기 전에 찍어둔 사진과 비교해보면… 일단 칩이 바뀐걸 볼 수 있고요, 몇몇 콘덴서들이 뻘건색으로 바뀐게 보이네요. 저항들도 몇개는 제거되고 몇개는 다른 값으로 바뀌고요, 어떤건 푸른색의 금속 피막 저항으로 바뀐걸 볼 수 있네요. 그리고, 다이오드들이 모델이 바뀌었고(이게 원래 버전의 다이오드들이라네요), 푸쉬/풀 스위치로 배선이 되어 있네요. 3403칩은 4558칩이 두개가 붙어있는 것과 같다고 하네요. 모디하기 전에는 4558칩 하나와 그 오른쪽에 트랜지스터 2개가 붙어있었는데 그것들이 제거되고 긴 칩 하나로 바뀌었네요.
딱 돈 들인 만큼 음색이 바뀐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페달만 밟으면 자취를 감추어 버리던 저음들이 지금은 잘 나오구요, 잡음이 약간 줄어든 듯 합니다. 아니, 줄어들었다기 보다는 좀 다른 종류의 잡음으로 재탄생(?)한거 같네요. 저음이 늘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그리고, 두가지 클리핑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건 사실 있으나 마나 한거 같습니다. Boss 모드만 씁니다. 아이바네즈 모드로 쓰면 TS808 비슷한 뉘앙스인데 제게는 그리 큰 쓸모 있는 소리는 아닌거 같구요. 댐핑감이나 그런 면에서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페달과 약간 변화를 보입니다. 게인 양이 아주 조금 더 늘어난 듯 하구요. 마샬 진공관 앰프들과 참 잘어울리네요.
몇가지 아나로그맨에게 불만사항이 생기더군요. 전에 DS-1 Ultra 모디를 로버트 킬리에게서 살때에는 편지 답변도 즉시 해주고 뭐라 물어보지 않아도 현재 상태가 어떤지 계속 메일로 알려줬었거든요. 자상한 설명과 택배 위치 추적 번호를 발송 즉시 보내줘서 기다림이 즐거웠었는데요, 이 아나로그맨은 도대체 내 페달이 그쪽에 도착이나 제대로 했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보낸지 2주 넘어서 궁금해서 못견디겠어서 메일을 보냈더니 알아보고 연락준다는 답장만 보내주더군요. 그러더니 “이미 보낸거 같은데?”이런 메일 한번 더 오구 그 담날 “보니깐 아직 안보냈네. 전원부 부품이 이상해서 교체중이래” 이런 메일을 보내왔더군요. 그래서 언제 발송 가능한지 다시 물어보니 “지금 어디 놀러와서 노는 중이라 노트북으로 답장 쓰는데 키보드가 불편해서 타이핑하기 힘드네요. 담주에 답장 드릴께요”라는 답장이 오더군요. 원참… 그리고, 도착한 제품도 킬리의 것은 자세한 설명과 감사한다는 편지와 스티커 등이 함께 왔는데 이 아나로그맨은 달랑 페달과 명함 한장만 왔네요. 뭐 아뭏튼 경과야 어떻든 결과물이 괜찮으니 용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
OD-1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저는 이 빈티지 칩 모드에 대만족입니다. 기타 치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드라이브 톤을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
* 간단하게 샘플을 녹음해 봤습니다. POD XT의 JTM-45 시뮬에 게인만 9시, 나머지 모두 12시인 클린톤 세팅에 OD-1을 물려 녹음했습니다. 앞부분은 생톤, 중간에는 OD-1 게인 12시/레벨 12시, 뒷쪽은 OD-1 게인 풀 입니다. =>
* OD-1과 펜더 월페이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