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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Duncan Add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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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얌전히 우노 레스폴에 기본 장착된 픽업들을 잘 사용했었습니다. Tesla의 VR60 Classic이라는 픽업인데요, 픽업들의 각각의 톤은 좋은데 이 둘이 너무 균형이 맞지를 않습니다. 특히 프론트 픽업은 부드럽고 달콤함이 지나쳐 먹먹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미워하다가(?) 결국 저의 마약인 던컨으로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프론트는 SH-1N ‘59 모델이고요, 리어는 SH-4 JB(Jeff Beck) 모델입니다. 가장 균형감 있다고들 이야기하는 조합입니다. 실제 픽업을 교체하고 보니 그렇긴 합니다.

SH-1은 먹먹하지 않고 다소 출력을 누른 예쁜 소리를 내줍니다. 고음이 부드럽게 나고 저음이 먹먹하지 않은 정도로 잘 살아 있습니다. 퍼커시브한 연주에도 잘 대응합니다. 오버드라이브를 걸었을 때에는 서스테인이 길고 담백한 소리를 내줍니다. PAF 픽업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던데 PAF 픽업이 대단했던 픽업인 모양입니다. 이 픽업으로 Sultans Of Swing 연주하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펜더의 생톤과는 또다른 달콤한 생톤입니다.

SH-4는 “시원하다”는 느낌입니다. 출력이 꽤나 강한 편인 것 같은데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다소곳하지만 시원스럽고 날카롭게 짖어(?)줍니다. 건즈앤 로지즈 같은 밴드의 음악에 최적인 것 같습니다. 오버드라이브를 걸어서 화음연주를 하면 참 맛있는(?) 소리가 납니다.

이들 픽업들로 누메탈이나 인더스트리얼 뭐 이런 쪽은 힘들겠지만 상당히 넓은 사용범위를 보여줍니다. 던컨의 픽업들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 특히 화음을 쳤을때 느껴지는 건데요, 픽업을 통해 들어온 개개의 스트링의 음들이 자연스럽게 믹스가 되어 공명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오버드라이브가 걸린 상태에서 더 그런게 느껴지고요, 픽업 속에 무슨 공명통 같은데 들어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겨우 전선 감아 만든 물건일 뿐인데 이런 깊이가 느껴지다니…

픽업 교체 작업을 하는데 픽업의 선이 짧아서 대충 집에 굴러다니는 전선으로 연장해서 썼더니 쉴드가 제대로 안되었을때 나오는 험이 나오더군요.(가만 놔두면 나다가 줄에 손 올리면 없어지는 바로 그 잡음) 집에 쉴드선이 없나 찾아보니 전혀 없더군요. 그래서 원래 있던 픽업의 질 좋은 쉴드선을 잘라서 썼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새 픽업을 설치하는게 더 중요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쉴드선을 잘라낸 후였습니다. -_-;;덕분에 원래 박혀있던 테슬라 픽업은 못쓰게 되었네요.

교체를 한 후에 소리를 들어보니 던컨 참 좋네요. 디스토션은 시원하고 생톤은 부드럽고 예쁘고… 이런 특색 있고 오소독스한 맛에 항상 던컨을 선택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갈수록 던컨 픽업에 중독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픽업 교환을 하고 보니 우노 레스폴에 원래 붙어있던 테슬라 픽업도 상당히 괜찮은 픽업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색도 그럭저럭 괜찮고 생긴 모양도 우노 레스폴의 하드웨어들과 동일한 금색이라 잘 어울렸었는데 말이죠. 프론트와 리어 픽업의 밸런스가 잘 안맞는게 제일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불쌍하게 배선 잘리고 퇴역한 불쌍한 픽업들을 위해 기념 사진을 한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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