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의 페달들 중에 가장 복잡한 축에 속하는 루프스테이션 RC-2입니다. 설명서도 보스의 컴팩트 페달들의 설명서들 중 가장 두꺼운 것 같습니다.
NAMM쇼 동영상들을 검색해서 보다가 Boss 부스에서 루프스테이션이라는 페달을 가지고 원맨쇼를 하는걸 보고 나서 루프 스테이션이 하나 있으면 참 재미있게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알아봤습니다. 보스에서는 3개의 루프스테이션 모델이 나오는데요, RC-50이라는 아주 큰 페달과 RC-20XL이라는 트윈 페달 크기의 페달, 그리고 RC-2라는 컴펙트 페달.
긴 고민 끝에 결국 컴팩트한 크기에 마음이 끌려서 RC-2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RC-2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점들은 컴팩트한 크기 이외에도 RC-20XL과 동일하게 저장 가능한 루프의 숫자가 11개이고 총 16분이라는 점, RC-2에도 풋페달(FS-6이나 FS-5 두개)을 달면 총 페달의 갯수를 3개까지 늘일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장 컸던건 RC-20XL에 내장된 가이드톤이 거의 메트로놈 수준인데 반해 RC-2에는 가이드톤으로 33개의 드럼 패턴이 내장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드럼패턴에 대한건 RC-2가 나중에 나온 기종이라 이 부분을 보강해서 나오게 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암튼, 프레이즈 만들고 곡 아이디어 간편하게 녹음해서 이리저리 장난쳐 보기 위한 용도와 리듬에 맞춰 연습을 하고 연습한걸 잠깐잠깐 녹음해서 들어보기 위한 용도로 쓰기위해 구입하는 것이니 단순 메트로놈 소리보다는 드럼 패턴이 내장되어 있는게 여러모로 가지고 놀기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RC-2에는 RC-20XL에 있는 기타 사운드 캔슬기능이나 리버스 재생 기능등이 없고, 마이크 연결 단자가 없는 등 그밖의 차이점들도 많기는 하지만 저에게는 크게 필요한 기능들이 아니라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한 10만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
일단 이 페달을 처음 보면 무척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써보면 그리 많이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루프를 녹음하고 재생하는건 풋 페달을 이용하면 됩니다. 페달을 한번 밟으면 루프의 녹음을 시작하고, 다시 한번 누르면 녹음 끝나면서 녹음된 루프의 재생이 시작됩니다. 재생되는 도중에 다시 한번 페달을 밟으면 재생중인 루프 위에 오버더빙(겹쳐 녹음하기)이 시작되고, 다시 누르면 오버더빙 끝내고 재생하고, 뭐 계속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오버더빙을 하다가 제일 마지막에 녹음된 부분을 취소하려면 페달을 2초간 밟습니다. 그러면 최근에 오버더빙된 부분은 지워지죠(UNDO). 이 상태에서 다시 페달을 한번 밟으면 다시 녹음을 할수도 있고 다시 2초간 밟아주면 최근에 취소한 부분을 다시 되돌려(REDO) 줍니다. 기타 솔로 하모니를 넣었다 뺐다 한다거나 하는 정도가 가능합니다. RC-50에는 이 UNDO/REDO가 별도의 페달로 있어 편리할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놀다가 재생을 끝내려면 페달을 더블클릭 (-_-)해주면 됩니다. RC-20XL이나 RC-50에는 이 정지 기능도 별도의 페달로 있어 편리합니다만 돈 차이를 생각하면 까짓거 발로 더블클릭 못할 것 없습니다. ^^
오른쪽의 노브에서 보듯 3가지의 녹음/재생 모드가 있는데 리듬을 추가한 모드(음표모양)인 경우에는 먼저 탭템포를 하고 녹음을 시작하게 되고요, AUTO 모드의 경우에는 시그널이 검출되는대로(즉, 연주를 시작하면 바로) 자동으로 녹음이 되기 시작합니다. 페달 상단에 AUX 단자가 있는데요, 이곳에 CDP나 MP3를 연결하여 녹음할 때에 페달을 밟아서 녹음하는거 보다는 AUTO 모드로 녹음을 하면 곡이 시작되면 바로 녹음이 시작되니 좋습니다. 카피하려는 곡을 AUX 단자를 통해 녹음을 해서 만든 루프도 탭 템포로 속도를 늦춰서 들어볼수도 있고 오버더빙 해서 들어볼 수도 있어 연습하기 괜찮습니다. RC-20은 여기에 루프의 기타 소리를 삭제해주는 기능까지 있어서 더 좋겠습니다만 돈 차이를 생각하면 들리는 기타 소리 못들은 척 못할 것 없습니다. ^^
제일 왼쪽의 레벨노브는 가이드(드럼) 소리의 크기와 녹음된 루프를 재생할 소리의 크기를 결정해줍니다. PHRASE SELECT 노브는 11개의 저장 메모리 중 어디에 루프를 녹음할 것인지, 어느 루프를 재생할 것인지를 지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페달 제일 오른쪽에 위치한 노브가 가장 중요한데요, 선택한 루프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노브입니다. 가령 루프를 연주한다/루프를 지운다/루프를 저장한다/리듬패턴을 바꾼다/리듬패턴의 박자수를 선택한다 는 여러가지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RC-20XL이나 RC-50에서는 모두 별도의 버튼으로 존재하는 것들인데 공간 제약상 이렇게 다기능 노브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네모난 버튼을 눌러주면 선택한 해당 동작을 실행합니다. 예를 들어, 노브에서 '루프 삭제(DELETE)'를 선택해놓고 버튼을 누르면 해당 루프가 지워집니다. 노브를 '리듬 패턴 선택(16분음표 모양)'을 선택했다면 버튼을 누를 때마다 리듬 패턴이 바뀝니다. 실제 써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라이브 중에 하려면 진땀 뺄 것 같습니다만...
루프 녹음의 모드 중 리듬을 설정하지 않고 녹음하는 경우 사용자가 박자에 맞춰 페달을 잘 밟지 않으면 재생될 때마다 박자가 제 박자에서 어긋나게 됩니다. 리듬을 선택하고 녹음을 하면 자동으로 박자에 맞춰 루프의 길이를 조절해주는 Auto-quantize기능이 동작합니다. 녹음을 정지하는 페달을 조금 늦게 밟거나 조금 일찍 밟더라도 알아서 루프의 길이를 정박에 맞게 늘여주고 줄여주는데 이게 참 편리한 기능인 것 같습니다. 리듬을 설정하려면 녹음 전에 박자에 맞춰 페달을 밟아 탭템포를 해주면 됩니다.
페달의 우측 아랫쪽에 STOP/TEMPO라는 이름의 별도의 외장 페달을 꽂는 잭이 있는데 이곳이 스테레오 잭으로 되어 있어 페달을 1개만 꽂거나 아니면 2개를 꽂을 수 있습니다. 2개를 꽂으려면 스테레오 케이블이 필요합니다. 페달을 1개만 꽂은 경우에는 이 페달이 탭템포 페달과 정지 페달로 쓰입니다. (외장 페달이 없으면 정지할 때 더블클릭-_-) 페달을 2개 꽂는 경우에 2번째 페달은 재생할 루프를 선택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번 루프에 미리 인트로를 녹음해놓고, 2번 루프에 verse를 녹음해놓고 3번 루프에 chorus를 녹음해놓고, 4번 루프에 엔딩을 녹음해놨다면 이 페달을 이용해서 적절히 현재의 루프 다음에 재생될 루프를 선택해 가면서 원맨 밴드를 할 수가 있습니다. 내키면 무한정 노래를 반복시킬수도 있고요, 암튼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안습인게, RC-2는 현재 선택된 루프가 몇번 루프인지 표시해주는 부분이 없고 대신 LED가 해당 루프 번호만큼 깜빡거려줍니다. 11번 루프면 11번 깜빡거린다는... -_- 결국 현재 어떤 루프를 선택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거나 작은 번호대의 루프들을 위주로 사용하는게 편리합니다. 직접 써본건 아니지만 RC-50은 현재의 루프를 표시해줄 뿐 아니라 동시에 3개의 루프를 한꺼번에 재생하도록 할수도 있고 각각의 루프를 별도의 페달에 설정해서 손쉽게 불러낼 수 있어서 더욱 편리한 것 같습니다. 1절에서는 키보드 파트를 넣었다가 2절에서는 키보드 파트를 빼고 기타를 넣는다던지 하는걸 모두 발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루프스테이션을 라이브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잘 하던가 아니면 RC-50을 이용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RC-2만으로도 기타 솔로를 할 때에 미리 녹음해둔 리듬 기타를 재생한다거나 하는 용도나 (고맙게도 녹음된 루프를 탭템포의 박자에 맞게 음정의 변화 없이 늘이거나 줄여서 재생해주는 기능이 RC 시리즈 모두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기타 솔로 중간의 트윈 하모니를 미리 녹음해놓고 쏴준다거나 하는 정도의 활용은 가능합니다. 원맨쇼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구요. 암튼, 연구해보면 무궁무진한 활용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타 연습의 가장 좋은 방법은 밴드와 함께 연주를 많이 해보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밴드를 모으기가 그리 쉽지 않은지라 보통 Band in a box나 판도라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MR을 만들어서 틀어놓고 연주를 즐겼었는데 이것들은 모두 준비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고 마음대로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소 짬짬히 연주를 즐기거나 코드진행 녹음해놓고 솔로 연습등을 하기에 이 루프스테이션은 참 좋은 페달인 것 같습니다. 베이스나 드럼 데려다가 이렇게 무한반복 연주 시키려면 밥값 꽤나 들겁니다. ^^
다만, RC-2는 음질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것 같습니다. 아주 많이 나빠지지는 않지만 루프에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면 조금 디지탈 스러운 소리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기타앰프를 통해서 소리를 듣다보니 드럼소리 같은건 앰프에 따라 음질이 안좋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루프를 PC에 저장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좀 아쉽긴 합니다. 메모리가 차면 하는 수 없이 지워야만 합니다. RC-50의 경우에는 USB 연결을 통해 루프들을 PC에 저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 조그만 페달에 이런 기능들을 꾸겨(!) 넣다니, 게다가 이렇게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내다니 보스는 참 대단한 회사인 것 같습니다. 까딱 하다가 버튼이나 노브 하나만 더 추가됐어도 전통적인 보스 페달의 크기를 넘었을것 같습니다. 잼맨이나 RC-50 같은 좋은 루프페달들이 많이 있지만 이렇게 작은 크기의 루프 페달은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충 베이스와 기타로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해봤습니다. 사전에 녹음한 것 없이 그냥 리듬 가이드 켜고 실시간으로 녹음해서 넣고 빼고 해봤는데요, Undo/Redo 기능을 이용해서 트윈 기타 후렴구를 넣었다 뺐다 하는건 페달을 미리 2초간 밟고 있어야 해서 타이밍 맞추기가 힘드네요. 박자 나가는건 기본이구요... 귀찮아서 그냥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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