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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오랜만에 착한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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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더러 착한 일들을 하기도 하곤 했었던 것 같은데요, 나이 먹고 나서는 별로 착한 일을 해본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몇주전의 일입니다.

차 두고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계시던 한 여성분이 갑자기 쓰러지더군요. 버스에 오를 때부터 뭔가 좀 몸이 안좋아 보이는 분위기가 느껴졌었는데요, 출근길에 의례히 그렇듯이 가볍게 무시하고 음악만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여성분이 갑자기 돌연 쓰러졌는데 사람 많은 버스 안이라 모두들 어찌 해야할지 모르고 우왕좌왕 했습니다. 일단은 바로 옆에 있던 제가 근처의 자리 하나를 양보 받아서 앉혔는데, 전혀 미동도 못하고 완전히 축 늘어진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웅성웅성할 뿐 선뜻 나서서 뭔가 조치를 취하려는 사람은 없더군요.

우왕좌왕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당장 버스 멈추고 119 불러야 되는거 아니냐고도 하고, 어떤 분은 병원으로 가자고 하고, 생까고 딴데 보고 있는 사람도 있고 뭐 그런 상태였습니다.

어쩌다보니 제일 가까이에 있던 저와 또 다른 젊은 여성분이 떠맡게 되었는데요, 일단 그 여성분이 쓰러진 분의 가방과 소지품을 살펴봐서 연락처를 알아내고요, 버스 기사님께는 근처에 병원 아무곳으로나 가자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병원을 발견하고 힘이 좀 세어보이는 남학생과 제가 쓰러진 여성분을 옮기고 도와주던 여성분, 버스 기사와 함께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도록 하고 소지품에서 발견한 교회 연락처를 통해 수소문하여 보호자와 연락을 취하게 하고는 다시 출근하였습니다.


몸에 힘이 완전히 빠진 사람의 무게가 그렇게 무거운지 몰랐습니다. 마음도 급하고 무겁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그날 저녁에 몸살이 나서 앓아 누웠습니다. 나중에 그 버스 기사님을 통해 연락을 받았는데 쓰러졌던 여성분은 평소 빈혈이 굉장히 심한 분이었고 그날 따라 안좋은 컨디션 때문에 혼절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함께 도움을 줬던 분들도 모두들 출근길이라 바쁘지만 기꺼이 도와준 것을 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저처럼 항상 이기적으로만 살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이 겨우 30~40분 지체되었을 뿐, 아주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내 여동생이나 어머님, 아내가 혹시나 어디에서 쓰러져도 역시나 도와줄 사람들이 주변에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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