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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야기

충주댐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



국토종주를 해보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고민하다가 그냥 일단 당일치기로 충주댐까지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또 시간이 나면 충주까지 점프해서 당일치기로 상주까지 달리고, 또 당일치기로 상주에서 대구, 대구에서 부산 뭐 그런 식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난 8월 25일 토요일 새벽까지 비가 많이 왔는데요, 새벽에 일어나서 비오는거 보면서 "오늘은 못가겠구나"하며 창밖을 보고 있는데, 6시쯤 되니 갑자기 비가 그치더군요. 그래서 생수통 2개, 쵸코바 2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3개, 포카리 스웨트 작은거 1병, 펑크 패치키트... 이렇게 바구니(여행엔 바구니가 최고^^)에 던져넣고 아침 7시 거의 다 되어서 서울 개포동에서 출발했습니다. 역시 마누라님의 삼천리 자전거... ^^ 7단 기어 자전거인데 비 맞추며 세워놨더니 요즘 1단과 7단이 안들어가서 여행 내내 고생했네요. 

먼저 팔당까지 가는 길, 그냥저냥 편안한 길인데, 중간에 팔당 넘어가는 길에 다소 험한 산길이 있더군요. 그 근방에 이런 재미있는 이름의 식당이 있네요.. 저거 보니까 저도 그냥 쉬고 싶더라구요. ^^


집에서 충주댐까지 대략 거리를 따져보니 160~170km 정도가 되겠다 싶어서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아래는 10,000mAH짜리 대용량 보조 배터리팩. 12시간 내내 저렇게 충전기에 꽂아놓고 스포츠 트래커 켜놓고 음악 들으면서 달렸습니다. 배터리팩에 남은 전기용량이 5단 LED로 표시되는데요, 여행 끝날때까지 2칸 소모되었습니다. 이 보조 배터리팩,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옛 철길을 잘 활용한 남한강 자전거길은 정말 멋지더군요. 옛 기차역도 그렇고.. 한쪽은 산, 다른 한쪽은 강... 비가 많이 내린 후라 길도 젖어있고 그래서 참 시원했습니다. 



대체 기차길을 살려서 자전거길을 만드는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요? 정말 운치 있고 멋지더군요. 





옛날에 기차 타고 건너 다니던 다리도 자전거로 안전하게 건널 수 있고 말이죠. 



터널도 여러 개 지나가는데 모두 정말 시원하고 멋집니다. 근데, 열심히 달리다 보니 느낀건데,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터널도 그렇고 길도 그렇고 좀 덜 공들여 만든 티가 납니다. 경치는 괜찮은데, 시설 만들어 놓은 것들은 확실히 대충 만든거 같고 그렇습니다. 터널 조명도 처음엔 멋있더니 아래 사진의 도곡 터널 쯤 가면 그냥 형광등 띄엄띄엄 켜놔서 무척 어둡고 그래서 좀 으스스했습니다. 도곡땅~ ^^



게다가 아래 선글라스를 벗으라는 표지판을 못보고 그냥 터널 들어가서는 "뭐 이리 어두워?"하고 불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람 정말 단순한 듯.. ^^



흙탕물 뒤집어 쓰면서 정말 열심히 달렸습니다. 장거리라는 사실을 가능한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기계적으로 20km 달리고 10분 쉬고를 반복했습니다. 대략 평균 시속 20km 정도로 규칙적으로 달렸습니다. 마음 속에 적정 RPM을 정해놓고 그보다 떨어진다 싶으면 무조건 기어 내리고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 어차피 25km/h 이상은 잘 안나오는 자전거라 속도는 생각 않고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리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달리다가 온몸에 흙탕물을 뒤집어 썼고요, 설상가상으로 샌달 한쪽 끈이 떨어져서 가방에 있던 헝겊 줄로 얼기설기 묶고 달렸네요. 운동화 신고 올걸... -_-



20km 주행 후 10분 휴식은 정말 꿀맛 같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한 100km 넘어가니까 휴식 시간이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점심때쯤 되어서는 휴식 시간마다  세번에 걸쳐 삼각김밥 까먹었습니다.. 그리고, 물통에 가져온 생수로 생수 채워주고 포카리스웨트를 조금씩 섞어주니까 나름 괜찮더군요. 그냥 물만 먹으면 맹맹해서 말이죠.



그래도 남한강 자전거길은 산지가 별로 없고 거의 다 평지라서 편안했는데요, 두세번 정도는 좀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 있더군요. (마지막 충주댐은 말도 못하구요... -_-) 아래 사진 같은 경사로 표지판을 보면 지금도 몸이 얼어붙을거 같습니다. 특히 10% 이상 경사들... 기어 1단이 안들어가서 2단으로 올라 가려니 참 황당하더군요. 

그래도, 이 바구니 달린  자전거로 열심히 업힐 달리면 언덕에서 쉬던 다른 라이더분들이 항상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시더라구요. ^^ 

인생의 모든 길들이 그렇듯이 오르막길 뒤에는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다는게 어찌나 고맙던지요... 시속 10km로 언덕 올라가면 내리막은 페달질 안해도 시속 40km 넘고 말이죠. 하지만, 내리막의 끝에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오르막이 있더라는... -_-


초반엔 여유롭게 이곳 저곳 돌아보며 사진도 찍으면서 갔는데, 100km 정도 넘어가니 표정이 굳어지고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또 어디인가?" 모드로 전환되더군요.

커다란 비행기가 불시착한 것 같은 형상의 이포보... -_-


둘러보다 보니 유속이 낮은 곳에는 녹조같은 것도 보이는거 같고..... 남한강 길 전역에 걸쳐 준설토를 쌓아놓은 야적지가 굉장히 많은데, 날아가지 말라고 덮어놓은 초록색 그물에 잡초까지 자라서 멀리서 보면 푸르디 푸른 산처럼 보이더군요. ^^ 남한강 길 곳곳에 그런 야적지가 굉장히 많네요. 좀 흉물스럽고 그렇던데... 

그러다가 이포보 지나고 조금 후에 뒷 타이어 튜브에 펑크가 났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엎어놓고 패치 키트로 잘 때워서 다시 달리는데, 1km 정도 가다가 이번에는 "뻥!"소리가 나면서 타이어 옆면이 터져 버렸네요. -_- 팔당 넘어가는 비포장 산길에서 막 달리다가 타이어가 상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여기서 돌아가야 하는건가 하고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주변에 자전거포 검색해서 몇 km 떨어진 자전거포에 가서 튜브와 타이어 교체하고 다시 달렸습니다. 토요일이고 주인 어르신(백발 노인이셨습니다)이 다리를 다치셔서 가게를 안열었다고 하셔서 전화로 막 사정하고 그래서 간신히 가게 열고 수리를 받았습니다. 근데, 아래 사진의 교체한 뒷 타이어를 보니 아무리 봐도 어린이용 자전거에 쓰는 타이어 같습니다. -_-

옛날엔 스마트폰 없이 불편해서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네요. 아마 마을 찾아서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아주 가파른 경사는 별로 없지만 충청도식의 은근하고 긴 경사로가 많아서 조금 피로감이 있더군요. 130km 정도 지점에서 최악이었습니다. km수는 안올라가고, 시간은 자꾸 가고, 힘은 들고, 정신은 하나도 없고... 그 즈음에 사고를 쳤네요. 

분명히 고글을 쓰고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제가 고글을 안쓰고 있네요. -_- 그래서, 다시 온 길을 몇 km 정도 되짚어서 돌아갔는데요,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다시 돌아오다가 잠시 착각으로 길을 잃어서 무슨 캠핑장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같은 곳을 한 세 바퀴 돌고 거기 나와서도 길 못찾고 그래서 10~20여 km를 엉뚱한 곳을 달렸네요. 4대강 자전거 길 중 가장 잘 되어 있다는 남한강 길에서 길을 잃다니... -_-


뭐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멘붕 상태로 열나게 밟았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충주댐 구경하고 집에 빨리 돌아가는게 목표였는데 중간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해서 마음도 급했구요... 

암튼, 열심히 달려서 해질녘에 충주댐에 간신히 도착했습니다. 충주댐 막판 1km 경사로는 정말 어렵더군요. 자전거 타고 가다 끌고 가다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간신히 올라갔습니다. 느낌상으로는 거의 10km 정도 되는거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내 평생 이명박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비석 보고 이렇게 기뻐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스포츠 트래커를 보니 중간에 낭비한 시간들을 한두시간을 빼고 순수하게 페달질 한 시간은 대략 10시간 정도네요. 평균 시속 18.4km/h. 최고시속은... 125km/h... 응? 

충주 터미널에서 서울 강남터미널행 버스를 잡아타고 서울 도착했는데... 다시 자전거 타고 14km를 더 가야 집이네요. -_-;; 암튼, 그래서 결국 200km 채웠습니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일은, 제가 이 자전거로 200km 가까이 달려왔다고 하니, 도중에 만난 철인 삼종경기 하신다는 분의 말씀... "여그까지 오셨다니 수고하셨습니다. 인자 여그부터 42.195km 뛰어 가시면 되겄네요" 그러시더군요... 철인 3종 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저의 "국토종주 (1 of 4)" 가 끝났습니다. 다음번엔 충주~상주 구간... 언제 가게 될지는 기약이 없지만, 다시 또 도전해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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