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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야기

섬진강 종주 (덥다~ 헉~헉~)

그림 같은 도시, 여수에서 목-금 회사 행사가 열려서 동료 몇명과 흑심(?)을 품고 자전거를 싣고 갔습니다. 



8월 2일 금요일에 행사를 마치고 섬진강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여수,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 덥더라구요. 
33도에 습도 85... -_-
서울도 덥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남도의 태양은 뜨겁네요. 게다가 습하기까지... 
폰에 찍힌 체감 온도는 4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네요. 막 45도 넘고 막 그런.... 
거기다가 어마어마한 지열까지... 

어쨋든, 더위야 뭐 예상한 것이니 감수하고 회사 동료들 댓명과 함께 힘차게 출발해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게다가 처음 출발할때부터 한동안 순풍이라 다들 막 30km/h 넘게 달리고 그랬는데...
구례 부근 그늘이 아예 없는 구간을 달리다가 단체로 탈진... -_-;;;;;;;

결국 구례 휴게소에서 모두 포기, 구례 터미널을 향하고 이후에는 저만 혼자 라이딩을 계속 했습니다. 
날이 더운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지금 돌아보니 저만 빼고 모두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그 이유가 절반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더운날 배낭 메고 장거리 라이딩은 정말 힘든거 같습니다. 


더워서 사진을 찍을 생각 조차 못하겠더라구요. 
열심히 달렸습니다. 1시간 달리고 5분 쉬고... 쉴때마다 미리 정해놓은 만큼 물 마시고 에너지바같은 간식 먹고... 

100km쯤 달린 후, 꽤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래와 같은 65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나니 막막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_-

한가지 다행인건, 페니어에 2L짜리 꽝꽝 얼린 생수를 넣고 출발했는데요, 이게 정말 오아시스 같았다는...
가끔씩 뺨도 부비고... 얼음 녹은 물 나오면 마시기도 하고... 
신기한건 페니어 속에 넣어 직사광선을 피해서 그런지 종주 마칠때까지 다 안녹았어요. ^^
그래서 중간중간에 햇볕에 뜨거워진 물통에 파워에이드와 얼음 녹은 물 섞어 마셔가니까 정말 기운이 나더라구요. 
여름 라이딩에 꽝꽝 얼린 2L 생수 강추입니다!!!!


섬진강 자전거길 코스는 정말 풍경이 아름답고 좋네요. 
특히, 남한강이나 다른 강들처럼 보를 만들고 콘크리트 바르고 그런 강이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생긴 모래사장도 있고, 우리나라 강 답게 구비구비 흘러가는게 정말 여유있고 멋집니다. 


하지만... 너무 더워서 차마 사진 찍을 생각 조차 못하며 달렸습니다. -_-

길이 헛갈리는 부분들이 종종 있는데요, 
대부분의 경우 강에 가까운, 강을 따라가는 길로 가면 이상 없습니다. 
대부분 평지라서 혹 길을 잘못 들더라도 다시 돌아나오면 그만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구요. 

다만... 거의 다 평지인데, 중간에 "앗? 웬일로 이런 업힐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르막이 한두 차례 있더라구요. 
오르막 거리가 길지는 않고 그래서 그냥 올라가면 올라갈 수 있을거 같은데, 
장거리 달릴거 생각해서 적당히 올라가다 끌바 했네요. 




좀 늦게 출발해서 그런지 해가 좀 일찍 떨어져 버렸습니다.


마지막 섬진강댐 인증소까지의 회문산 구간은 아주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이라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달리게 되어 있는데요, 
정말 멋지긴 하던데.... 너무 컴컴할 때 달려서 거의 전혀 풍경을 못봤습니다. 
캠핑하는 분들이 있거나, 마을이 있거나, 가로등이 한두개라도 있거나 한 곳은 괜찮은데,
대부분의 회문산 구간은 너무 어둡네요.
정말 어두운 곳 지날 때에는 전조등만 끄면 눈을 뜬건지 감은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컴컴하더군요. 
평소 애용하는 스나이퍼 코리아의 U2 후래쉬 없었으면 그런 산길 못 달렸을 듯.... ^^


그리고... 그렇게 컴컴한 곳을 혼자 달리다 보면 
자꾸만 누가 말을 거는거 같고, 옆에서 같이 달리는거 같고(헉! 상상만 해도...) 그런데요...
알고보니 섬진강 강변에서 등화관제(?) 상태로 낚시 하시는 분들의 말소리이거나 
전조등에 나무 그림자 비치는게 그렇게 착각이 일어나더라구요. 너무 무서워 하실거 없어요. ^^


중간에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하나 마주치게 되는데요,
컴컴하고 지친 상태에서 후래쉬로 비춰봐서 그런지 금문교 뺨치게 장엄해 보이더군요. 
하지만, 다른 분의 종주기에서 낮에 찍힌 사진을 보니... 그냥 계곡 다리... ^^




아뭏튼, 그 산길을 뚫고 가다보니... 드디어.... 마지막 인증센터가... 엉엉엉~
근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댐은 보이지 않네요. 

나중에 서울 와서 보니까 섬진강댐까지 가는 길은 공사 등등으로 위험해서 
길을 폐쇄하고 인증소를 3~4km 정도 아랫쪽에 옮겨 놓았다고 하는군요. 
결국, 제가 섬진강댐이라고 생각하고 갔던 곳은 "회문 삼거리"이더군요. -_-
뭐 캄캄하고 시커머니 하나도 안보여서 실제 댐에 갔어도 뭐... 
어쨌든 인증도장 찍었으니 완주는 완주... ^^

적막한 인증소 앞에서 전투식량을 물에다 불려(?) 먹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옥션에서 사서 가져온 "김병장 전투식량" 좋네요. 뜨거운 물엔 10분, 찬물엔 30분... 
쵸코바나 삼각김밥 그런거보다 어쨌든 밥 비슷한 밥을 먹을 순 있습니다. 보존기간도 길고....
모르는 길 라이딩 할 때 한두개 정도는 가져갈만 합니다. (자꾸 이러니깐 PPL같... ^^)


아래는, 그동안 11개월간 저와 1만 1천 7백km를, 오늘은 200km 가까이 함께 달려준 승리의 썸탈... 
그리고, 역시 승리의 목장갑!!! 목장갑이 여행에선 비싼 라이딩 장갑보다 요모조모 어찌나 쓸모가 많은지... 특히 체인 빠지거나 하는 등의 비상사태때.. 게다가 한번 쓰고나면 체인 닦고 버려도 하나도 안아까운...... 역시 옥션에서 100개에 2만원... ^^


아래는 장거리 여행에도 언제나 듬직하고 측면 반사코팅이 멋진 승리의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 반짝반짝~~~~~ ^^



이래저래 마지막 골인 지점에 이르고 나니 속도계상으로 대략 160km정도 달렸더군요. 
서너번 길을 잃고 그런것과 먹이(?) 구하러 자전거길 이탈해서 동네 달린 것 등등....
스맛폰 배터리가 나가서 트래킹 한건 날아갔고, 
어쨌든, 배터리 갈고서 잠 잘 곳을 찾았습니다. 

원래 출발전에는 인증센터와 가까운 강진에 가서 버스 타고 서울 돌아오거나 
거기서 여관 잡고 자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는데요.
오다가 마주친 라이더분들께 여쭈어보니 거긴 동네가 너무 작아서 여관은 없고 
서울 가는 막차는 아마 해지기 전에 끊겼을거라고 하시더라구요. -_-;;;;;
암튼,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나마 제일 번화한 순창 읍내로 가기로 결정하고 
네이버 지도에 순창 터미널을 목적지로 설정해놓고 무작정 달렸습니다...

달리다 보니... 허탈하게도.... 그냥... 지금까지 온 길을 거의 30km 가까이 되짚어 가게 되더군요. -_-
그러다 도로로 나가서 달리게 되는데요... 언덕이 두 차례인가 연거푸 나오는데,
지치고 컴컴한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거진 미시령이나 몽방투 만한 언덕이 두개가 연달아 똭~~  -_-;;;;

물론, 나중에 서울 와서 지도 찾아보니 그냥 조그마한 아담한 동네 언덕... ^^


순창 읍내에 도착하니 여관이 3군데 있는데, 그 중 첫번째 들어간 곳은 빈방이 없다 그러고 (순창읍의 불금은 뜨겁다.. ^^)
두번째 여관 들어가서 방 잡아 자전거 들여놓고 대충 씻고 정신 없이 잤네요. 
속도계 확인하니 총 라이딩 거리는 196km.

원래는 다음날 아침(8월 3일 토) 일어나서 영산강 종주도 할 생각이었는데요, 
일어나보니 마침 체력도 별 문제 없어 보이고, 안장통도 거의 없고 그랬는데.... 
마누라님과 통화 후에... 마누라님의 불편하신 심기를 읽고 즉시 첫 차 타고 서울 돌아왔습니다. -_-
(참고로 8시 10분 차가 첫 차)

이번엔 너무 늦게 출발해서 시간에 쫓겨서 여유있게 구경을 못한게 흠이네요. 더운 것도 그렇고.... 
다음번엔 꼭 일찍 출발해서 여유있게... 그리고 이번과는 반대로 섬진강댐에서 광양 방향으로 다시 한번 달려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산골짜기인 섬진강댐 부근에서 숙소나 차편을 찾는거보다는 도회지에 가까운 광양에서 찾는게 나을 듯 해서 말이죠.. 

이번 라이딩으로 섬진강 자전거길도 북한강길과 더불어 저의 훼이보릿 라이딩 코스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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