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ley의 DS-1 Ultra 사용기입니다.
지난달 어느 새벽 갑자기 그분(지름신)이 오셔서 하는 수 없이 지르게 되었습니다. 한국쪽에도 판매원이 있는거 같은데 사이트에 가보니 카드결재가 안돼서 급한김에 (지름신은 조급하시더군요^^) 미국에다 직접 주문을 했습니다. 원래는 가지고 있는 페달을 보내면 개조해서 되보내주지만 저처럼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새 페달을 사다가 개조해서 보내주는 서비스도 하더군요. 환율이 떨어져서 가격이 예전보다는 많이 따운된듯…. 놀랍게도 페달이 6일만에 도착했습니다. 미국에서 보낸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사는 과정에서 문의사항들이 있어서 Keeley씨와 메일을 몇통 주고 받았는데 메일로 문의사항을 보내자마자 30분도 안되어 계속 답장이 오더군요. 굉장히 놀랬습니다. 기능 문의, 어떤 앰프에 물려야 하는지, 스티브 바이 형님은 이 넘을 진짜 메인 드라이브로 쓰시는건지 등등 시시콜콜한걸 물어봤어요… 지나치게 친절한 답변에 감동 먹었습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원래의 Boss DS-1 케이스, DS-1의 원래 노브들, Keeley 스티커, 간단한 사용 설명서 등이 들어있네요. 기기 자체는 첫번째 사진처럼 생겼습니다. 겉보기에 달라진 점은, 노브들이 바뀌었고 원래의 LED 불이 파란색 고휘도 LED로 교체, TONE의 O짜 부분에 빨간 LED가 추가 되었고, 모드 전환 스위치가 하나 추가되었네요. 모드 스위치는 위로 올리면 SEM(Seeing Eye Mod)모드이구요, 아래로 하면 이 기기의 메인 모드인 Ultra 모드입니다. 두가지 모드 각각 일반적인 앰프에서 마샬 앰프의 게인을 내거나(SEM) 마샬 앰프의 게인을 좀 더 마샬답게 부스트 해주는(Ultra) 용도라고 하네요. 킬리씨 말로는 SEM 모드는 앰프의 클린 채널에 꽂아서 쓰기 위한 용도의 모드이구요(극단적인 예로 펜더의 클린채널에다 이걸루 꽂아서 마샬 소리 낼수 있답니다. -_-), Ultra 모드는 진공관 앰프를 부스트 해주는걸 기본으로 하는 모드랍니다. “Wall of Marshall Amplifiers” 톤이라고 써있네요. 암튼, 그래서 클린채널에서 두가지 모드를 비교해보면 SEM 모드가 게인이 좀 더 셉니다. 그리고 바이 형님은 Ultra모드로 부스터로 이용한답니다.
지금까지 테스트해본 환경은 우노 레스폴, JCM900, MG15CDR(-_-) 이렇게 해봤습니다. 처음 느낀 점은 잡음이 굉장히 줄었다는 점이 제일 피부에 와 닿네요. 원래 DS-1을 좋아했었는데 잡음이 좀 많이 거슬렸습니다만 모디를 하고 나니 잡음이 거의 없다시피줄었습니다. 게인 량은 적당히 기분 좋은 정도로 늘었구요. 무엇보다 TONE 노브 아래에 박혀있는 빨간 LED가 피킹할때마다 깜빡이는게 재미있네요. 쎄게 피킹하면 불도 쎄지고… ^^
원래 DS-1의 TONE 노브는 12시 이상 올리기 참 힘들었었지요. Keeley가 개조한 페달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Keeley본인은 12시에 놓고 쓰는걸 좋아한다고 하는데 웬만한 앰프들에서는 11시 정도까지가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음색은 저음부가 좀 뭐랄까 그전보다 껄쩍지근 해졌습니다. 피킹을 해서 음을 내면 피킹의 세기에 따라서 고음에서 저음까지 모든 음이 짠 하고 일관성 있게 났어야 했는데 원래의 DS-1의 경우에는 저음 부분은 좀 뭐랄까 생각했던 방식과는 쪼금 다르게 났었는데요. 피킹의 세기 등에 좀 상관 없는 듯한 저음이 난다고나 할까요… 개조후에는 이 부분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디스토션의 입자는 오리지날은 좀 뭐랄까 사람을 할퀴어 버릴거 같은 고양이 소리였다면 이넘은 뭐랄까 스메끼리로 손톱끝을 조금 다듬어준 거 같다고나 할까요. 먼소린지… ^^ 암튼, 제 느낌에는 좀 더 정제된 느낌의 입자감인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컴프가 걸린듯한 느낌은 아니구요…
게인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피킹의 강약에 함께 반응해주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잡음이 지글거리지도 않구요.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리버브를 좀 깊숙히 주고나니 기분 좋은 생음악 삘이 납니다. 클럽에서 섹소폰 솔로 연주하는걸 듣는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만만찮은 하이게인 상태인데도 말이죠… -_-;
SEM모드와 Ultra 모드가 있다고 앞에 썼는데요, 이 두가지 모드는 음색이나 소리의 성격은 비슷한데요, 그냥 느낌이 조금 더 다릅니다. 킬리씨에게 두가지가 다른데 어떻게 다른지 잘 몰겠다고 물어보니까 울트라 모드가 더 배음(overtone)이 음악적으로(?) 난다고 하네요. 진공관 앰프 드라이브 한것처럼 짝수배의 배음들이 더 풍부하게 나와준다고 그러네요.
마침, 오리지날 DS-1이 하나 있어서 두개를 뜯어서 어느 부분이 많이 바뀐건지 한번 살펴봤습니다. 두번째 사진의 좌측이 오리지날 DS-1이구요, 오른쪽이 킬리의 개조버전입니다. 두 사진의 크기가 좀 달라서 헛갈리실텐데, 가운데의 R25를 기준으로 보시면 쉬울껍니다. 대부분 부품들은 그대로인데요, 대체적으로 윗쪽이 좀 많이 변한걸 알수 있습니다. 특히 왼쪽 위의 저항과 IC 아래의 저항이 시퍼런걸루 바뀐 것과, 원래는 검정색 전해 콘덴서나 투명한 콘덴서들이 달려있었는데 오렌지색 메탈 필름 콘덴서로 바뀌었구요, 무엇보다 바뀐 부분은 한가운데(R10위) 부분의 다이오드 두개가 엇갈려 있는게 보이는데 이게 클리핑 다이오드인데요, 이 부분에 아주 쑈가… 자세히 보면 다이오드 한개는 기판에서 떨어져서 한쪽 다리가 공중에 떠있구요, 그쪽에 스위치를 달아서 SEM< ->Ultra 모드 전환 스위치로 가고 있네요. 그리고 그 오른쪽에LED가 하나 더 추가된게 보이구요. TONE의 O짜에 붙어있는 LED의배선도 여기에 연결되어 있네요. 결국 O짜의 그 LED도 클리핑에 참여한다는…
사실 뜯어서 보고 나니깐 부품값도 얼마 안들꺼 같고… 저항 2개 LED, 콘덴서, 스위치, 노브… 일견 허접해 보이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결과물의 소리가 너무 훌륭한걸 보면 저 저항값부터 부품들의 수치들 하나 하나를 알아내느라 수없이 많은 실험 과정이 있었을거라 생각을 하니 존경스럽기까지 하네요. 국내에도 페달 모디 업체들이 생겼던데 이분들도 참 고생하시고 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 암튼, 비교적 아주 비싸지 않게 지른것 치고 만족도가 높아서 좋네요. DS-1 Ultra하고 OD-1이 있으니 세상에 부러울게 하나도 없습니다. 무…물론 히스토릭 59 어쩌고 JTM머시기가 어쩌고 그런것들이 눈에 밟히긴 합니다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