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복스 8600 콘솔 앰프를 하이파이 앰프로 개조한 DGSE-1 회로도를 가져다 앰프를 만들었었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고장난 오리지날 마그나복스 8600을 하나 싸게 사놨었습니다. https://youlsa.com/196
고장이 났다고 하니 수리도 해야 하고, 110V 변압기도 사야 하고, 도란스를 사 온 다음에도 웬지 오래된 앰프에 바로 전기 넣기 무섭고 그래서 그냥 방치한채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마음 잡고 붙잡고 앉아서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분명히 고장이 나서 소리가 안난다고 했으니 전원은 넣지 않고, 이래저래 테스터 대보고 상태를 살펴보니 의외로 대부분의 부품들이 큰 문제 없어 보입니다. 1960년대에 만들어진 앰프인데 세월에 비해 걱정했던 캐패시터들도 큰 이상이 없어 보이고 진공관 소켓들도 DeoxIT으로 빡빡 닦아놓고 보니 전기도 잘 통하고 나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B+전압 다음 단의 전압 강하용으로 달려있는 4.7K 저항 하나가 좀 이상합니다. 그래서 그냥 전압이나 한번 재보자 하고 잠시 전원을 한번 넣어보니 B+전압까지는 나오는데 스크린 그리드 전압이 나오지 않습니다. 역시나 아까의 그 의심스러웠던 저항이 살짝 타는 냄새를 내기 시작합니다. 가운데의 큰 저항입니다.
바로 전원을 끄고 새 저항으로 갈아줬습니다. 뜯어놓고 보니 확실히 저항 가운데 부분이 살짝 부푼 느낌이 있고 과연 고장난 저항처럼 생겼습니다. ^^
아마도 필터링 캐패시터가 상태가 안좋아서 저항에 데미지가 쌓인게 아닌가 싶으니 오래도록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전원 필터쪽 캐패시터들은 모두 교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깡통 캐패시터는 모양이 멋지니 철거는 안하고 배선만 떼어버리고 새 캐패시터들을 샤시 아래에 달면 어떨까 싶네요.
스피커를 넙적단자를 이용해 연결하도록 되어 있는 점이 불편해서 샤시의 빈 구멍들을 이용해서 바나나잭 단자도 달아줬습니다.
좀 더 구석구석 살펴보고 마음 졸이며 다시 전원을 넣었더니.... 바로 소리가 납니다... ^^
고음 약하고 중저음 소리만 큰 전형적인 옛날 전축 소리네요.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약주 드시고서 이미자 노래 틀어놓고 흥얼대곤 하시던 옛날 우리 집 전축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납니다. 오랜만에 이런 소리 들어보니 나름 옛스러운 소리가 재미나네요.
역시나 8600 개조 게시글에서 본 것처럼 볼륨을 조금만 올려도 금방 디스토션이 생깁니다.
근데 디스토션이 생겨도 옛날 노래들 듣는데는 그닥 이상하지 않습니다. 옛날엔 원래 그런가부다 하고 듣지 않았었습니까. ^^
파형 찍어보니 역시 출력관의 동작점때문에 음량을 살짝만 올려도 비대칭형 클리핑이 일어납니다. 쵸크를 안쓴 보급형 모델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120Hz 험도 항상 들립니다. 역시 푸쉬풀 회로처럼 험이 캔슬이 되지 못하는 싱글 앰프에서는 전원 회로의 쵸크 등 평활화 관련 부분과 그라운드 루프를 방지하는 접지 처리가 출력되는 소리의 퀄리티(특히나 조용할 때의 잡음 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저 시절에는 그라운드 루프 험 같은건 다 그런가부다 하고 썼었죠. ㅋㅋㅋ
60년 된 마그나복스 8600... 썩어가는 듯 하지만 푸근한 소리를 내 줌..
마그나복스 8600 개조 회로인 DGSE-1으로 만든 앰프와 오리지날 마그나복스 8600..
마그나복스 8600은 크기가 아주 작은데 구성이 알찬 EL84 SE 앰프입니다.
이것도 DGSE-1 회로로 개조를(부품 몇개만 떼어내고 바꾸면 됩니다) 할지, 아니면 그냥 쓸지 고민중입니다.
당장 도란스 쓰는게 불편하니 220V용으로 전원 트랜스만 바꿀까?? 출력 트랜스만 8옴짜리로 바꿔줄까????
아니면, DGSE-1 회로로 개조해서 이 조그만한 덩치에서 거대(?)한 하이파이 음이 나오도록 개조해서 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찌할바를 몰라서 당분간은 그냥 이대로 110볼트로 옛날 전축 소리를 즐겨볼 생각입니다. 의외로 좋네요.
"전축"으로는 역시 이런 노래 들어줘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