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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전축"의 환골탈태. 마그나복스 야금 야금 고치기.

고장난 마그나복스 앰프를 고쳐서 잘 듣고 있었습니다.

 

빈약한 고음과 벙벙거리는 저음이 마치 옛날 일일찻집때 다방에서 듣던 벙벙거리던 전축 소리와 비슷해서 정감이 갑니다...........만 .... 좋은것도 하루 이틀이죠.. 몇 일 이걸로만 음악을 듣고나니 마치 옛날 달달거리고 냄새 심하던 버스 타고 멀미하던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하나 둘씩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모습은 정말 썩어가는 모습..

 

 

내부 모습입니다. 

접지를 아무데나 막 잡아서 쓰는거 하며 배선이 정말 엉망진창인 듯 보이기는 한데, 보기와는 다르게 소켓이나 러그 등등에 배선이나 부품의 리드선들을 꽁꽁 묶은 후에 납땜을 해놔서 엄청 튼튼합니다. 덕분에 부품들 교체할 때에 인두로 녹여서 떼어내기 너무 힘들고 귀찮아 그냥 니퍼로 철컹철컹 짤라내어 버려서 작업 후의 모습은 원래보다 더 너저분해졌습니다. ^^

 

 

이전 글에서와 같이 가운데의 전압강하 저항이 배가 부른 상태인걸 발견하고 새 저항으로 교체하니 바로 스윗한 "옛날 전축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이대로 듣다가 아무래도 몇십원짜리 뚱그런 세라믹 콘덴서를 커플링 캐패시터로 쓴다는건 너무 가슴이 아프단 생각이 들어서 일단 그것부터 바꿨습니다. 

좌우 채널의 출력관들이 캐소드 바이패스 캐패시터와 저항을 공유하게 되어 있고, 그나마도 전원회로에서 사용하는 깡통 캐패시터의 한 섹션을 캐소드 바이패스 캐패시터 삼아 쓰고 있어 최악이다 싶어서 캐소드 부분 회로들부터 채널별로 분리해서 따로 달아주고 어쩌고 저쩌고,......하다보니 아래와 같이 되었습니다. 이미 원래 부품들은 거의 안보입니다. ㅋㅋㅋㅋ 

 



튜너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달려있는 커넥터는 재미나게 생기긴 했지만, 괜히 샤시 내부의 배선만 복잡하게 하고 쓸모도 없고 그래서 제거하고 그 자리에 쵸크를 달았습니다. 출력 트랜스도 4옴짜리 떼어내고 8옴으로 바꿔 달았습니다.

그리고, 전원부에 60년이나 지난 깡통 캐패시터를 계속 사용하는건 인간적으로 너무 불안합니다.

하지만 깡통 모양은 예쁘니 그냥 배선만 제거하고 전해 콘덴서 3개로 샤시 아래에 동일한 전원회로를 새로 구성해줬습니다. 

 



어느 저녁, 울컥해서 바이어스 조절용 10바퀴 짜리 포텐셔미터를 가져다 달았습니다. 

 

 

떼어낸 부품들만 한 살림..

 

 

이렇게 한동안 잘 쓰고 있었습니다.. 

소리도 너무 좋고 다 좋은데, 전원이 미국전기라(정확히는 117V) 도란스를 계속 써야 하는게 불편합니다. 파일럿 램프로 달아놓은 220V용 네온등도 전압이 낮으니 잘 동작을 안하네요. 도란스로 켜고 끄면 되니 전원 스위치도 귀찮아서 안달게 되고 등등등....

 

 

220V를 쓸 수 있게 하기위해 알리에서 최대한 크기가 비슷한 전원 트랜스를 주문했습니다. 85W짜리인데 6.3V랑 230V만 나오면 OK입니다.

대충 cm까지만 맞는걸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정말 자로 잰 듯 크기가 똑같습니다. ^^

 

가로 세로 모두 원래의 트랜스와 완전히 크기가 똑같아서 구멍도 새로 뚫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키가 살짝 크고, 주문할 때 봤던 사진과는 달리 트랜스에 뚜껑이 안달려서 이런 누드 상태로 왔습니다. -_-

 

그래서 원래의 트랜스의 뚜껑을 써보자 싶어서 트랜스를 뜯는데...... 60년의 세월동안 고착된 트랜스를 뜯는다는게 정말 어마어마하게 힘드네요. 
일단 샤시에서 분해하는것부터가 장난 아님.. 철판들도 서로 완전히 달라붙어 돌덩이가 따로 없습니다. 


뭐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뚜껑을 분리해냈습니다. 

 

새 트랜스에 뚜껑을 덮어 샤시에 설치하고 전원 관련 배선을 새로 합니다.
전원 트랜스에 센터탭이 없어서 정류관 양단에 다이오드 2개를 추가해서 접지선을 뽑아냈습니다.
퓨즈, 전원 스위치(푸쉬 온 - 푸쉬 오프) 등등을 추가해줍니다. 전원선도 220V짜리로 바꿔 달았습니다. 


2주동안 정말 잘 놀았습니다. 
부품들을 이렇게 다 갈아치울줄 알았으면  덧대기식으로 작업하지 말고 아예 처음부터 싹 다 떼어내고 시작할껄..

배선들도 좀 정리하고 해야하는데.... 암튼 이젠 도란스 없이도 앰프 사용이 가능합니다. ^^

 

 

나무판이나 그런걸로 장식을 해주고 싶은데...... 귀찮아서 그냥 어항용 받침대 위에 올려놨습니다.

​몇달 후에 이사를 하는데, 집이 좁으니 거실에 쪼그만 앰프 딱 하나만 들여놓으라는 마누라님의 엄명이 떨어졌습니다. -_-

이 앰프에 블루투스 모듈 정도 추가하고 흉측(?)한 바이어스 조절부는 뒤쪽으로 옮기고 대신 볼륨이나 리모콘 같은거나 달아서 가지고 들어가서 거실용 메인 앰프로 쓸까 싶습니다. 집이 비좁아 현실적으로 이 정도의 EL84 싱글 앰프만으로도 출력은 차고 넘치거든요.. ㅠ_ㅠ 


어쨌든 요 손바닥만한 크기에 정말 멋지고 예쁜 소리를 내어줍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상 원래의 부품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

오래된 콘솔 앰프 복원 작업이 은근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콘솔 앰프는 예전에는 이베이에서 몇만원 수준이면 구할 수 있었다고 하던데, 요즘엔 $100~200 정도에 살 수 있습니다. 동작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 푸쉬풀 기종도 $150~300 정도에 많이들 팔고요..

개중에는 상태가 안좋은 것들도 있지만, 웬만한 것들은 조금만 손보면 다시 소리를 내는건 그닥 어렵지는 않습니다. 고장이라봐야 부품 몇개만 교체하면 바로 소리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일단 상태 안좋아 보이는 저항과 캐패시터들만 골라 바꿔줘도 웬만하면 동작한다고 합니다. 아니면 부품들 제거하고 빈 샤시만 가져다가 도색해서 써도 돈 값은 충분히 하는 듯..... 

소리가 너무너무 좋습니다. 사랑합니다, 마그나복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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