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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디스토션/오버드라이브 페달 방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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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꽤 오랫동안 연주했는데도 기간에 비해 실력은 그냥 허접한 수준이지만 귀는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한때는 크로마틱 연습 10분 할래도 맘에 드는 톤 나올때까지 1시간 톤 잡구 뭐 그런 적도 있었죠. 이래저래 기타의 로망은 디스트/오버드라이브 사운드가 아닌가 싶네요. 그동안 맘에 꼭 드는 오버드라이브 톤을 얻기 위해 투자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요, 비싼 페달들도 사용해보고 싶었는데 당장 여윳돈도 별로 없고 해서 비교적 저렴한 페달들만 사서 써봤는데요, 나중에 보니 그것들 다 모으면 비싼 부띠끄 페달들 몇개는 살 수 있겠더라구요. -_-;; 그동안 접했던 디스트/오버드라이브 이펙터들에 대해 주관적으로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원하는 톤을 말로 표현하자면… 강력하면서도 따뜻함이 살아있고 조금은 바스라지는 듯한 입자감(crispy하다고 하는)과 입자들 사이를 메워주는 찰진 컴프감 비스므레한게 있는데다가 피킹 뉘앙스에 따라 약하게 연주하면 생톤에 가까운 소리도 나지만 강하게 피킹하면 음압이 상당해야 하고 서스테인은 어느 정도 길었으면 하지만 네츄럴하게 사그라지는 맛 또한 살아있는 그런 톤이죠… -_-;

1) 더블데크 녹음기… -_-;;
기타를 처음 접한게 80년대 중반이었는데요 집에 앰프도 없고 기타는 치고 싶고 그래서 집에 굴러다니던 꽤 큰 녹음기 마이크 잭에다가 기타를 꽂아 마구 쳐댔습니다. 그러다가 집에 아무도 없던 어느날 볼륨을 이빠이 올리고 한번 쳐봤는데… 일그러지는 소리가 꽤나 멋져서 감동 먹었습니다. 그때의 감동이 아직도… 그 작렬하는 화음이란… 그 카세트 모델명은 기억 안나는데 그때 당시 백형두(?)인가 하는 DJ라는 양반이 잡지나 라디오에 나와서 광고하던 금성의 더블데크 였던것만 기억납니다. 캐비넷(?)과 스피커가 꽤 괜찮아서 비교적 좋은 소리가 났던데 아닌가 하는 생각이… ^^

2) PSK 디스토션, 오버드라이브, 짝퉁 앰프
싼맛에 샀는데요, 별다른 기억이 없네요. 앰프가 안좋아서 그랬던거 같고요, 톤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그냥 그랬습니다.

3) Boss DS-1
메탈리카가 한창 유행하던때라 소리가 좀 약하다 싶었는데 없는김에 꽤 오랫동안 메인 꾹꾹이로 사용했었습니다. 그땐 이넘의 진가를 잘 몰랐었지요. 조금 후에 여기에다가 보스 그래픽 이퀄라이져를 붙여서 스쿱-V 패턴으로 메탈리카 흉내를 내는데 썼었습니다. 꽤 만족했었습니다. 무엇보다 무난한 톤이죠.

4) Boss ME-10
ME-10이라는 멀티가 나온지 얼마 안된걸 샀는데 이거 하나에 보스의 모든 꾹꾹이가 다 들어있다는 낙원상가의 모 악기사 사장님 말에 속아서 보자마자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있던 꾹꾹이들은 다 처분해 버렸습니다. “이 안에 다 들어있다는데 뭐…” 하고 그냥 냅다 팔거나 누구 줘버렸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다른건 다 참을만 한데 디스토션 사운드는 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톤 잡기도 수월치 않아서 이걸루 공연 했다가 창피해 죽는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샘플링율도 16비트가 아닌 12비트라 일단 한번 이걸 통과하고 나면 고음이 확 줄어 탁한 소리로 변합니다. 집에서 자작곡 등 녹음용으로는 꽤 잘 써먹었는데요 암튼 이넘의 드라이브톤은 영 아니었습니다. 공간계는 그럭저럭 괜찮았었습니다.

5) Boss MT-2
이거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낙원 갔다가 어느 낙팔님의 “보스 오버드라이브 + 보스 디스토션 + 보스 이퀄라이저” 짬뽕한 강력한 넘이란 말에 속아 샀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방구석에서는 최고입니다. 가요부터 스래쉬까지 못할게 없는 넘이네요. 하지만 이 역시 공연에서는 참 쓰기 힘들더군요. 미들 스쿱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이펙터 자체가 기본적으로 기타의 제일 중요한 대역인 1KHz대를 완전히 없앤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더군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입자가 좀 맘에 들지 않더군요.

6) SansAMP GT-2
녹음용으로는 참 좋습니다만 그 인공적인 맛이 참 맘에 안들더군요. 꾹꾹이라기 보다는 프리앰프에 가까운 놈인데 3가지 앰프의 흉내를 내느라 자기 색깔이 없는 그런 넘이었습니다. 이넘을 쓰면서 “좋은 꾹꾹이”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요, 노브 많고 기능 많고 낼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 넓은 놈이 좋은 꾹꾹이라고 생각했던게 정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조절의 폭이 많이 넓지 않고 꽂고서 대충 조절해주면 제 소리를 내주는 넘들이 좋은 꾹꾹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MXR Phase90 같은 넘들이나 OD-1, TS808같은 이펙터들은 일단 꽂아만 놓으면 자기 소리를 내주잖아요. 노브들은 그냥 세밀하게 파인튜닝하는데에만 사용하고요. 근데 이 GT-2같이 노브와 스위치들로 근본적인 소리가 바뀌어 버리는 복잡한 이펙터들은 원하는 소리를 내려면 원하는 소리에 대한 노브 위치 등을 기억하고 있다가 조절을 해줘야 하는게 좀 쓰기가 힘들더라구요.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

7) 앰프 게인
이것 저것 쓰다보니 톤 맞추기도 힘들고 그래서 그냥 있는 앰프들 자체 게인만 쓰게 되었습니다. 집에선 마샬 밸브 VS100 를 썼고 공연장에서는 주로 JCM900이나 밸브스테이트들이 깔리던 시기라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사실 제일 속 편하고요 좋습니다만 장소에 따라 다른 사정이 좀 거시기 하더군요. 채널전환 페달이 없는 경우엔 기타 볼륨으로 생톤을 내야하는 등… 오버드라이브 본연의 모습에 제일 가깝고요, 만족감도 좋습니다. 기타만 매고 다니면 되니 팔도 덜 아프구요. ^_^

8) MXR Distortion+
앰프 게인을 클린에 가깝게 먹여놓고 이넘을 물리면 가끔 상황에 따라 아주 환상적인 톤이 나오기도 합니다. 미국적인 디스토션 사운드죠. 하이 게인은 아니지만 오버드라이브 톤부터 퍼즈 소리까지 만들어줍니다. 생산시기에 따라 톤이 아주 많이 다르더라구요. 스크립트 로고가 제일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9) Ibanez TS808 리이슈
오리지날 TS808은 전설의 명기라던가 이펙터의 성배(Holy Grail)라는 둥의 호칭이 따라다니는 넘인데요, 사실 이넘이 하는 역할은 중음대를 아주 많이 강조해주는 거죠. 입자를 약간 모아주기도 하구요. 회로도 특별할게 없고 부품들도 싸구려고 그래서 회로 부품값들만 따져보자면 돈 값어치는 못하는거 같습니다. 케이스와 풋 스위치가 특이하고 이쁘다는거 말고는… 싱글코일 기타에 물리면 연주하기 괜찮은 톤을 만들어 줍니다만 험배커 픽업을 쓰는 기타를 물리면 좀 소리가 많이 탁해지는 듯한 느낌이 좀 있네요. JCM900에 물려서 부스트 시키면 참 괜찮은 소리가 납니다. 근데 페달이 꺼져있을때 생톤을 너무 많이 갉아 먹는 것 같습니다. 루프박스를 꼭 써야할 넘인거 같습니다.

10) Boss SD-1
무난한 오버드라이브 소리를 내줍니다. 중음대가 강조되는 TS808과 조금은 다르게 연주하기 좋은 부스트를 시켜줘서 그럭저럭 부스터로 사용하기 괜찮네요. 잭 와일드 형님 덕분에 정석이 되어버린 “레스폴-SD1-마샬JCM”의 사운드가 참 만족스럽습니다.

11) Marshall Shredmaster
이름이 맘에 들어서 샀는데요, 어딘가에서 설명을 보니 JCM900의 게인을 옮겨 놨다고 하는데, 글쎄요입니다.. 뉘앙스는 비슷하지만 다른 소리죠. 당연히… 나름대로 무난한 드라이브를 들려줍니다. 고음이 좀 약한게 약점이구요, 톤 조절 노브도 contour 말고는 있으 나마나합니다. 게인의 폭은 꽤 큽니다. 그냥 가벼운 오버드라이브 소리부터 강한 쓰래쉬 톤까지 만들수 있네요. 입자감도 마샬의 자체게인하고 비슷하고요. 험배커 기타와 더 잘 맞는듯 합니다. 비교적 빡쎈 톤까지 가능합니다. 근데, 잡음이 좀 많더군요. 언젠가 날 잡아서 시험삼아서 부품들을 좀 좋은 것들로 바꿔볼까 생각중입니다.

12) Lazeman Laze808
TS808과 거의 비슷한데 약간 좀 맹맹한 듯한 소리가 납니다 .게인은 쪼금 더 센거 같고요. TS보다 잡음이 적고 오프시 톤깎임이 조금 덜한거 같습니다. 그 외의 특징은 TS808과 흡사하네요.

13) Keeley DS1 Ultra
얼마전에 이곳에 사용기를 올렸는데요, 비교적 제가 원하는 톤에 가까운 소리를을 내줍니다. 방구석 볼륨 레벨에서는 좀 허무(?)한 소리를 내구요 대음량으로 연주할때에 좋은 소리를 냅니다. 이넘 덕분에 DS-1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모디 안한 DS-1도 하나 구하게 되었죠. 잡음이나 저음부의 반응, 게인의 양 등이 다르지 본질은 같은 소리를 가지고 있네요. 입자감이 참 맘에 드네요. Tone 조절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나는 것도 맘에 들고요. 방구석 앰프에 연결하면 감동이 거의 없지만 음량을 좀 올린 상태에서 톤 조절을 해보면 눈물 철철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톤이 10시일때 다르고 10시 10분일때 다르고 10시 30분일때 다릅니다. ^_^ 대신 12시 넘어가면 못들어줍니다만…

14) Boss OD-1
요즘엔 이넘에 삘이 꽂혀서 쓰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OD-1은 후반기 모델이고 JCR4558칩을 쓴 넘이지만 그래도 그 입자감과 그 펀치감, 범용성이 너무 맘에 듭니다. 그동안 왜 이 맛을 몰랐나 싶습니다. 요즘엔 블루스를 연주하건 메틀을 연주하건 가요를 연주하건 무조건 이넘입니다. 생톤도 OD-1 켜놓고 기타 볼륨 줄입니다. TS808과 기본적으로 같은 회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뉘앙스는 참 다릅니다. OD-1이 더 대단한걸 뒤에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납니다. 이 시기의 이펙터들의 특징인 중음대 강조 때문인지 참으로 기타 치는 맛이 나게 해주는 넘입니다. 뭐 적당히 후리는걸 하기가 조금은 힘들긴 합니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저음부를 좀 많이 깎아먹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EQ로 저음을 부스트 해주면 OD-1 스럽지 않은 소리가 나고요. 암튼 좀 야릇한 페달인거 같습니다.

15) Proco RAT
하도 좋다기에 사봤는데요, 특색이 확실한 페달이네요. 근데, 다른 이펙터들과 함께 쓰긴 좀 힘들었던거 같아요. 싱글 픽업에 더 잘 어울리는거 같습니다. 톤이나 그런거에 상관 없이 고무 다리 때문에 페달보드에 찍찍이로 붙이기도 거시기하고, 아답타 연결 잭도 극성이 반대라서 귀찮아서 잘 안쓰게 되네요.

16) Big Muff
만화 Beck을 보구선 질렀는데요, 디스토션이라기 보다는 퍼즈에 가까운지라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는데 이리저리 만져보다 보니 꽤 근사한 솔로톤을 뽑아주는걸 알겠되었습니다. 써보고 느낀점은 이 페달은 가능한한 디스트/오버 페달류의 제일 뒷쪽에 연결해야 될거 같다는 겁니다. 제 경우에는 DS1 Ultra나 OD-1의 뒷쪽에 물려서 솔로에서 볼륨 부스트 용도로 사용하는데요, 당연히 볼륨 부스트 이상의 무언가를 해주네요. 조금은 자글자글한 듯하다고나 할까요, 기존의 톤에 야성적인 털(?)을 달아주는 듯한 소리가 나서 참 맘에 드네요. 서스테인도 꽤 길게 뽑아주고요.

도대체 이것들 중에서 어떤걸 버려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지금 제 페달보드에는 슈레드마스터, OD-1, DS1 Ultra, Big Muff, RAT 이렇게 5개의 디스트/오버드라이브 페달들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주로 많이 쓰는 조합은 DS1 Ultra를 메인으로 하고 Big Muff를 솔로용 볼륨 부스트로 사용하게 되네요.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지름이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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