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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Cort A4, 이건 뭐 종이 이름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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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치기 시작한지 햇수로 꽤나 오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베이스 기타를 한번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함께 밴드 하는 베이스 치는 친구를 갈궈대기만 할줄 알았죠… ^^ 요즘 날씨도 덥고 레코딩을 할 때 MIDI 찍는 것 보다는 직접 연주해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막연한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처음으로 베이스를 하나 들여놨습니다. 펜더 프레시젼과 Cort, 아이바네즈, 야마하 BB시리즈 사이를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생긴 모양이 제일 마음에 들어 결국 Cort의 A4를 골랐습니다.

A4라니 이름도 참 그렇습니다. 5줄 모델은 A5이고 6줄 모델은 A6라고 합니다. 코원에서 나온 PMP 모델명이 A2이고 다음 버전이 A3인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건 모델명만 봐서는 PMP 이름인거 같기도 하고 종이 이름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암튼, 이 A4는 Cort의 Artisan 시리즈 중 제일 상위 기종이고요, 바르톨리의 픽업과 프리앰프를 내장했으며, EQ ON/OFF 전환이 자유롭고, 힙샷의 줄감개를 장착하고 있고, 쓰루-넥이라 서스테인이 길다는 뭐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는데요, 베이스 처음 만져본 저는 저게 다 뭐하자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_-; 다만, 처음 만져본 느낌으로는 지판이 로즈우드로 된 말랑말랑한 지판이라 느낌이 부드럽다는 것 정도…

처음 A4를 받아보고서는 좀 놀란게 생각보다 크기가 작습니다. 함께 밴드하는 친구의 베이스는 펜더 프레시젼 베이스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인데 (모델명은 잘 모르겠습니다. 관심이 없어서… -_-) 그 정도의 크기를 생각했는데 A4는 헤드와 줄감개도 얄쌍하고 바디 크기도 꽤나 작아서 좀 당황스럽습니다. 바디의 크기는 웬만한 기타들보다도 작습니다. 24플랫 악기라 바디가 그만큼 깎여 줄어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무게도 무척 가볍습니다. SG같이 무게중심이 잘 맞지 않는 기타들은 메고 있기 힘들거나 앉아서 연습하기 어려운 경우를 종종 보는데요, A4는 그렇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메고 있기도 편안하고 앉아서 연습할 때에도 별다른 무리가 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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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매끈한 원목 무늬 메이플에 피니쉬는 오픈포 네츄럴(Open Pore Natural) 피니쉬라고 하는데 마눌님 말씀으로는 생선 써는 도마 같다고 하십니다. -_-; 악기들을 험하게 다루는 편이라 스크래치가 나도 별로 상관 없는 외관이라는게 참 고맙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힙샷 줄감개와 헤드의 쥐 파먹은 모양이 자칫 심심할 뻔한 A4의 외관에 악센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는데요, 토글 스위치가 하나 있어서 이걸 켜면 EQ 노브들이 동작합니다. 노브의 종류는 볼륨, 베이스, 미들, 트레블, 픽업 믹스 이렇게 5개입니다. 보통 기타에서는 픽업 전환 스위치를 쓰는데 베이스들은 이렇게 픽업 믹스 노브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EQ ON 상태일 때에는 톤 노브의 변화에 따라 음색의 변화가 큽니다.

베이스 처음 연주해보는거라 그렇겠지만, 줄이 왜이리 두꺼운지… -_- 베이스 교본 몇가지를 가져다가 연습을 해보고 있는데요, 악보들을 봐도 기타 악보에 비하면 비교적 간단한 악보들인데도 왼손이 따라가기 힘겹고 오른손으로 튕겨주기 버겁네요. 얼마간 연습을 하다 보면 두손 모두 너무 힘이 듭니다. 기타에서는 박자를 유지하기 위해 피킹/공피킹을 이용하는데 베이스는 좀 다른 방식으로 박자를 새김질(?) 해야 하는게 좀 헛갈립니다. 슬랩 주법도 보기에는 정말 멋져 보이는데 실제 해보니 엄청 어렵고요. 줄 때리는 세기가 조절이 잘 안되어 하모닉스가 나고 그러네요. 아직 한참 더 연습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게는 기타라는 악기의 또다른 면을 보는 거라 재미있습니다. 3-4개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영어/독어/불어같은 언어들은 모두 같은 맥락이라 하나를 배우면 나머지는 배우기 쉽다고들 하는데요, 기타의 경우에도 일렉기타/베이스기타/클래식 기타 등등 많은 종류의 기타들이 있는데요, 이들이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와서 유사점도 많고 그런것 같습니다. 베이스는 기타리스트의 제 2외국어… 하지만, 너무 어려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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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시무시한 굵은 줄의 압박이란… 베이스를 연주하게 되면서 좋은 점이라면 아이디어가 떠올라 레코딩을 잽싸게 해야할 때 MIDI 찍거나 아니면 Broomstick Bass같은 vsti를 조작하는 대신 생각 나는대로 직접 연주를 하면 되니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입니다. 드럼이 문제인데 Groove Agent 정도면 일단 그럭저럭 괜찮은 드럼 트랙이 나오니까 거기다 베이스로 기둥 세우고 기타로 꾸미는 방식으로 간단히 곡을 만들 수 있네요. 단점이라면 베이스 실력이 일천해서 연주 가능한 수준 이내에서만 곡을 만들어야 하니 안그래도 낮은 연주 수준인데 한층 더 낮아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_^ [A4로 처음 녹음해본 1분짜리 mp3]

암튼,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게, 베이스 치다 일렉기타 잡으면 좀 그렇습니다. 지판도 소심해 보이고, 피킹도 깨작깨작 하는거 같고 그렇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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