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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기타개조기(ZV2내장부스터,던컨 레일 픽업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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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개의 이미지들은 개조전의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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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장만한 깁슨 SG61에 정신이 팔려 그동안 소홀하던 저의 옛기타에 한차례 큰 개조를 해줬습니다. 던컨(Duncan) 레일 픽업들(핫레일 hot rails, 쿨레일 cool rails, 빈티지레일 vintage rails), 고또(Gotoh) 트레몰로 브릿지, 스위치 크래프트(Switchcraft) 픽업 전환 스위치, 소닉스테크의 ZV2 (z.vex의 Super Hard On 줄여서 SHO를 카피한 키트) 기타 내장 부스터 키트 제작/장착 등입니다.

이 기타는 제가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써온 기타입니다. Casio의 PG-300이라는 미디기타인데요, 1989년이나 1990년쯤에 샀으니 한 16-17년 정도 된거 같습니다. 기타 자체는 당시 일펜, Greco, Yamaha, 아이바네즈들을 제조하던 일본 후지겐 악기사(富士弦楽器製造株式会社)에서 제작된 기타이고요, 카시오의 신디사이저 모듈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낙원상가에 펜더 사러 갔다가 펜더들 이것 저것 쳐보다 모두 마음에 안들어서 결국 이넘을 사왔습니다. 그때의 판단 기준은 다분히 쌍팔년도 메탈 기준이였습니다. ^^ 시원시원한 바디 울림으로 픽업만 험버커로 교체하면 쓸만하겠다 싶었습니다. 넥은 메이플인데 바디가 앨더인지 베이스우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어떤 페이지에는 앨더라고 되어있긴 합니다만 (http://jpsongs.com/troubadortech/casmgtr.htm) 아무래도 베이스우드 같습니다. 아니, 거의 확실합니다. 제 귀가 싸서 베이스우드 소리가 앨더 소리보다 더 나아 들렸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80년대의 귀로는 아마 어쩔수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

원래는 싱글 코일로 되어 있고 헥사 픽업이 장착되어 미디 아웃이 가능해서 예전에는 케이크워크와 사운드캔버스 같은 것들을 주렁주렁 연결해서 기타로 드럼도 시퀀싱하고 베이스나 키보드 같은 음들을 MIDI 레코딩 하곤 했습니다. 내장 신디사이저도 있어서 기타음과 믹스를 하던지 하는 류의 여러가지 작업들이 가능한 재미있는 기타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기타 치면서 제일 편리했던건 튜너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메탈 열풍으로 싱글코일 기타들이 천대(?)를 받던 시절이라 저도 구입후 얼마 안있어 프론트와 리어를 아이언메이든이 쓴다는 싱글형 험버커인 던컨의 핫레일 픽업으로 교체했습니다. 프론트는 포인트를 주기 위해 흰색으로 교체했는데 지금 보니 촌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상태가 엉망입니다. 미디 기능은 이미 망가진지 오래되었고요, 픽업 전환 스위치도 잡음이 심해졌고, 6포인트 트레몰로 브릿지도 많이 닳아서 쓰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낙원에서 대충 사다가 직접 달아 쓰던 플라스틱 브릿지도 많이 낡았습니다. 바디 한쪽도 깨졌고요. 무엇보다 픽업이 갈수록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론트와 리어 모두에 핫레일 픽업을 사용하니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이 너무 한정이 되어 버리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최근 1-2년간 손이 잘 안갔는데요, 날을 잡아 크게 개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6포인트 트레몰로를 2포인트로 교체하는 작업을 직접 할 자신이 없어서 이 부분은 MD에 의뢰를 해서 작업했습니다. 너트도 본너트로 교체했고요, 바디 깨진 부분도 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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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판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신디사이저 부분이 큽니다. 이것들 때문에 스트랫 기타들에 다 있는 팔 닿는 부분과 배 닿는 부분의 콘투어가 제 기타에는 없고요 기타 자체도 많이 두껍습니다. 암튼, 이거 다 들어내면 멀티라도 장착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_- 부스터 장착 작업을 위해 먼저 이 기판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픽업 교체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던컨의 싱글형 험버커들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핫레일/쿨레일 등의 XXX레일 시리즈 픽업들과 리틀59, 리틀JB같은 리틀XXX 시리즈가 있습니다. 저는 기존에 이미 핫레일을 사용하고 있어서 고민하다가 던컨 사이트에 핫레일-빈티지레일-쿨레일의 조합이 괜찮다는(제가 귀가 얇아요. 펄럭펄럭~) 던컨 선생의 추천글이 올라와 있는걸 보고 쿨레일과 빈티지레일을 장착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주문을 했는데, 빈티지레일은 괜찮은데 쿨레일은 기존에 제가 쓰던 핫레일 픽업과 다른 모양의 픽업이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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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 구형 픽업이고요, 오른쪽이 신형 픽업입니다. 암튼, 주문 결과 우측과 같은 신형 쿨레일 픽업이 도착했습니다. 나머지 두개의 픽업은 모두 구형인데 쿨레일 하나만 이렇게 생긴걸 장착하면 두고두고 꺼림찍할 것 같아서 어렵게 좌측과 같은 모양의 쿨레일을 찾아냈습니다.

던컨 사이트를 찾아보니 레일 픽업들의 모양이 신형으로 바뀌게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1번줄이 저 픽업의 상단부 모서리에 걸려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실제 저도 상당히 자주 겪는 일인데요, 어찌 하다 보면 1번줄이 픽업 상단 모서리에 걸려버려 황당해지는 경우가 가끔 있었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별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소리도 구형과 신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던컨 사이트의 톤 차트도 약간씩은 다릅니다. 하모니 센트럴에 이 두 타입을 두고 구형이 좋다 신형이 좋다 이야기가 좀 있었습니다.

프론트에 쿨레일, 미들에 빈티지레일, 리어에 핫레일. 이렇게 픽업을 장착하고서 픽업 높이를 맞춰보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핫레일은 출력이 상당히 강하고, 쿨레일은 그보다 약간 약하고, 빈티지 레일이 제일 출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똑 같은 높이로 픽업 높이를 맞추면 하프톤들이 모두 음량이 죽어버립니다. 결국 조절하다 보니 미들 픽업이 다른 픽업들보다 높게 되더군요. 픽업간의 사운드의 발란스는 괜찮은거 같습니다. 리어의 핫레일은 강력하고 중저음대가 강한 소리가 나고요, 프론트의 쿨 레일은 청명한 소리가 나고 미들의 빈티지 레일은 고음이 강조되고 출력이 약한 빈티지한 소리가 납니다. 하프톤 조합도 괜찮은거 같습니다. 딸랑딸랑하다고 할지 땡글땡글 하다고 할지 그런 펜더 기타들의 하프톤과는 다른 하프톤이지만 나름 쓸만한 소리가 납니다.

다음은 부스터. 제 기타에 볼륨 포트가 2개가 있고 그 사이에 토글 스위치가 달려 있는데요, 볼륨 하나는 기타 볼륨이고 나머지 하나는 신디사이저 음량 조절 포트이고요, 토글 스위치는 기타와 신디사이저의 음을 선택하거나 믹스시키는 3단 토글 스위치입니다. 이것들을 떼어 내고 소닉스테크에서 판매하는 Z.Vex SHO(수퍼하드온) 부스터의 클론인 ZV2 키트를 사다가 만들어 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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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키트 자체는 너무 간단합니다. 마침 볼륨 포트 하나와 토글 스위치 하나, 그리고 9v 배터리 공간만 있으면 되니 제 기타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일단 기타에서 신디사이저 부분들을 모두 제거했는데요, 사실 제거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부스터가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펜더 기타라면 장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건전지 들어가는 공간이 조금 고민되기는 하겠습니다만… 제 기타에는 건전지를 넣기 위한 공간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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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에 부품들을 끼우고 납땜을 하는데 나이 먹어서 그런지 손 떨려서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무사히 납땜을 마치고 볼륨 포트와 토글 스위치를 장착하고 기타잭도 설치하고 전원을 넣어보니 한번에 잘 동작합니다. 잭은 스테레오잭이 키트에 기본으로 딸려오는데요, 기타 플러그를 꽂으면 부스터 전원이 들어오고 빼면 전원이 오프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토글 스위치는 기타의 픽업에서 나온 음이 부스터를 통해 나갈지 아니면 그냥 나갈지를 선택하는겁니다. DPDT 토글 스위치지만 LED가 없기 때문에 트루 바이패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키트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의 SHO 페달에 비해 몇가지 수정사항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노브를 돌릴때의 샥~샥~ 하는 소리가 없어졌습니다. 오리지날 SHO에서는 그게 묘한 매력이었는데 제 입장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 부스팅의 범위도 약간 변화된 것 같습니다. 부스트 볼륨을 3 정도 뒀을 때 현재의 음과 동일한 음량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원래의 SHO 부스터는 제일 줄여놨을 때 동일한 음량이 나왔던거 같은데, 제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한건 아닙니다. 어쨌든, 부스트 노브를 돌리면 상당히 큰 볼륨까지 부스트가 되어 버립니다. JCM900과 GH100L에서는 클린 상태로 놓은 상태라도 부스터를 켜면 오버드라이브가 꽤 심하게 걸려버립니다. 부스터를 껐을때와 켰을 때를 동일한 레벨로 맞춰놓고 비교를 해보니 이넘은 완전한 클린 부스터는 아닌 것 같고요, 음의 presence를 조금 증가시켜 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음의 디테일, 특히 고음부의 디테일을 살려준다고 할지…

간단히 샘플을 녹음해봤는데요, 픽업 스위치를 4단으로 놓고 POD XT의 Dual Verb 모델을 클린 상태로 두고 녹음했습니다. 맨 처음엔 부스터를 끈 상태이고요, 다음은 부스터의 노브를 5 정도로 놓았을 때, 마지막은 10으로 놓았을 때의 소리입니다. 녹음해놓은거 들어보니 부스터의 진가가 좀 덜 드러나는데요, 실제 앰프 앞에서 들어보면 소리가 참 좋습니다. 디스토션이나 오버드라이브 페달을 밟아서 나는 오버드라이브보다 좀 더 원초적이고 거대한(?) 오버드라이브라고 할만한 소리가 나네요. 다른 부스터 페달들도 그렇지만 진공관 앰프의 거대한 오버드라이브를 좀 더 쉽게 걸리게 해주는 부스터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이 샘플은 POD로 녹음한 한계로 아무래도 영 좋지 않습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훨씬 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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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치고 잘 닦아주니 기타가 새로 태어난 것 같습니다. 신디사이저 조작 패널이 기타 전면부에 붙어있는데요, 일단 이 부분은 그대로 뒀습니다. 아직 기타 내에 빈 공간도 많고 하니 여기에 요즘 많이들 하는 퍼즈와 튜너를 달던가 해볼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롤랜드의 GR-KIT-GT3라는 미디기타 픽업 세트를 장착해서 다시 미디기타로도 쓰일 수 있도록 개조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쩐입니다만…

그런데, 한가지 우스운 점은 신디사이저 모듈의 PCB 기판들을 걷어내서 그런지 기타의 울림이 예전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혹 PCB 기판과 IC/저항/콘덴서 등의 부품들이 기타의 울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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