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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이야기

넷북과 리눅스, 그리고 풍요로운 오프라인 생활...




요즘 유행한다는 저사양 고휴대성의 소형 넷북을 하나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사용하던 도시바 다이나북 SS 모델이 요즘 좀 오락가락하고 해서 새 노트북이 필요해서 알아보던 중 다이나북 SS의 휴대성과 활용성(풀사이즈 키보드에 1cm대 두께, 1kg대의 무게, 그러나 800MHz CPU -_-)을 따라갈 만한 모델이 시중에 거의 없어서(또는 비싸서^^) 결국 사양은 떨어지지만 크기가 작은 넷북을 사게 되었습니다. 맨날 아날로그 기기들만 만지느라 디지탈 기기를 사본지가 오래되어서 어떤걸 사는게 좋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MSI의 Wind U100을 사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사양의 기기에 윈도우를 설치해서 쓰면 아무래도 속도도 느리고 해서 처음 살때부터 아예 윈도우를 쓸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윈도우가 설치된 PC는 가는데마다 찾기가 어렵지 않으니 따로 들고 다닌다고 그리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쇼핑을 위한 공인인증서만 따로 잘 가지고 다니면 됩니다 ^^)

비교적 고사양
리눅스가 잘 설치되는 넷북을 알아보니 MSI의 Wind와 Dell의 Inspiron Mini가 손에 꼽히는 것 같더군요. 해외에서는 리눅스가 설치된 상태로 판매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기기에 각각 윈도우 XP와 비스타 홈 에디션이 설치되어 판매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MSI의 Wind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Wind의 키보드가 PageUp/PageDown이나 Home/End 키를 쓰려면 Fn키를 함께 눌러야 해서 좀 불편한데요, 리눅스에서는 이런 키들 거의 쓸 필요 없으니 전혀 불편함을 모르겠고, 무엇보다 50만원대의 싼 가격인데도 1.6GHz CPU, 2GB 램, 160GB의 예전 같으면 서버로 쓸 정도의 좋은 사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우분투 리눅스
처음 노트북을 받자마자 윈도우 파티션을 밀어내고 우분투 리눅스 8.10(interpid)를 설치했습니다. 설치는 거의 막힘 없이 손쉽게 설치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X 설정하는 것 부터 터미널 폰트, 각종 드라이버들 설치하는게 참 큰 일이었는데 리눅스가 언제 이렇게 쉬워졌나 싶습니다. 노트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이버네이션도 별다른 설정 없이 잘 동작하네요.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이 노트북 뚜껑을 덮으면 자동으로 하이버네이션이 동작하도록 설정하였습니다. 예전에는 /etc/acpi 내의 스크립트들을 설정해줬던것 같은데 시절이 변했는지 시스템 메뉴에서 간단하게 설정이 가능하네요.

한가지 문제는 무선랜이 잘 동작을 안했었는데요, 자료들을 찾아보니 U100에는 기기별로 여러가지 종류의 랜카드가 탑재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lspci) 제 기기에는 Ralink사 칩셋 기반의 무선랜 카드가 들어있는거 같아서 ralink사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드라이버를 가져다가 빌드해서 올리니 큰 문제 없이 동작을 합니다. 다음의 링크에서 받으면 됩니다. 

그 외에도 msiwind.net에 올라온 내용들을 참고하면 편합니다.요. http://wiki.msiwind.net/index.php/Ubuntu_8.04_Hardy_Heron


풍족한 오프라인 환경
보통 넷북은 간단한 웹 브라우징이나 동영상 감상용으로 쓰는데요, 제 경우에도 비슷하긴 하지만 주된 용도는 프로그래밍입니다. 스타벅스나 전망 좋은 곳에서 프로그래밍 하고 문서 읽는걸 좋아해서 리눅스 탑재 넷북이 제 용도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리눅스를 탑재한 넷북이 좋은 이유는 풍족한 오프라인 환경을 꾸미기가 매우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윈도우에서도 가능은 합니다만... 과격 리눅스 근본주의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뭔가 옳지 않습니다. ^^ 사실 인터넷이 연결된 데스크탑 PC에서 일을 방해하는 요소중 하나가 제게는 인터넷입니다. 코딩을 하다 말고 쇼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좌절합니다. 여담이지만, 데스크탑에서 레코딩용으로 잘 이용하던 POD XT를 팔아버린 이유도 비슷한데요, 도대체 데스크탑에서는 제대로된 레코딩에 집중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뭔가 찾아본다는 핑계로 웹 브라우저만 열면 삼천포입니다. ^^ 기능은 딸려도 웹 브라우저가 없는 Boss Micro BR같은 녹음 전용기기가 레코딩 작업 효율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주위가 산만해서 그렇기는 하겠습니다만... 이 Wind는 충분한 성능으로 풍요로운 오프라인 환경을 구성해서 하려고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자세히 보고 싶은 사이트나 웹 문서들이 있으면 wget --mirror로 로컬로 미러링을 해놓고 오프라인 때 자세히 살펴보면 됩니다.

로컬에 아파치 서버도 있고, 각종 python 라이브러리들과 gcc등 온갖 프로그래밍 도구들을 함께 가지고 다니니 뭔가 생각 났을때 즉시 구현해보거나 할 때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emacs가 있으니.. ^^ Wind의 화면이 나름 와이드라서 위의 사진과 같이 emacs의 화면을 양쪽으로 나누어도 꽤 쓸만한 해상도가 나와서 소스를 보는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폰트를 약간 줄이니 가로 250글자 정도에 40라인 가까이 표시가 됩니다. 가로로 3등분을 잘라도 80컬럼씩 볼 수 있으니 마치 작은 듀얼 모니터를 쓰는 기분도 납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버전관리 시스템들이 요즘에는 분산환경을 너무 잘 지원해줘서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버전의 히스토리를 본다거나 commit, update, branch등의 작업이 자유로와서 더욱 좋습니다. wind + emacs + svk 면 거의 24시간 아무데서나 시간 나는대로 프로그래밍에 몰두할 수 있는겁니다.


MSI의 뜻하지 않은 선물
Wind를 구입하고 나서 한가지 생각도 못한 즐거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구입한 후 MSI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BIOS가 업그레이드가 되었는데 BIOS에 오버클럭킹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해보니 BIOS 메뉴에 24%까지 오버클러킹을 할 수 있는 메뉴가 추가되었습니다. 이걸 설정을 해두고 Ctrl-F10을 누르면 원래 파란색이었던 전원등이 아래와 같이 오렌지색으로 변하면서 속도가 빨라집니다. 사실 하드웨어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노트북 제조 회사가 이렇게 오버클럭킹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기가 쉽지 않을거 같은데요, 기기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과감하게 이런 기능을 넣어서 사용자들을 즐겁게 해주네요. 어쨌든 예전에 코원 D2의 대박 펌업들 이후 간만에 기분 좋은 업그레이드였습니다.



당분간은 넷북 덕분에 또다른 지름신이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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