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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Zoom G3


발매 이전에 NAMM쇼 등을 통해 외관부터 공개되어 꾹꾹이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Zoom의 아날로그틱한 UI를 가진 멀티 이펙터 G3입니다. 의외로 해외와 큰 시차 없이 국내에서 발매되었고, 게다가 수입처의 선처(?)때문인지 비교적 싼 가격에 출시되었네요.

첫 느낌...

꾹꾹이 애호가의 입장에서 G3를 보며 처음 느끼게 되는 점은 "야~ 저건 나도 쓸 수 있겠다"였습니다. 예전에 GT시리즈와 POD 시리즈등을 써보며 "내가 머리가 나쁘구나" 하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는데요, 톤을 조절해보려고 뭔가를 눌렀는데 컴퓨터에서나 보던 "메뉴"같은게 떠버리면 머릿속이 멍해진다고나 할지....

그 이후에 보스의 ME-50, ME-70등 노브를 직접 돌려서 조절하도록 해놓은 멀티들을 보면서 이건 좀 쉽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ME 시리즈는 막상 써보면 굉장히 쉽지만 첫 인상은 노브의 갯수가 많아 뭔가 좀 압도 당하는 느낌이 있었는데요, 이 G3는 그냥 보기에도 간단해 보입니다. 페달 3개가 붙어있는 모양에, 각 페달마다 3개의 노브, 그 바로 위에는 어떤 페달을 갖다 놓을건지 선택하는 스위치... 리듬 박스 켜는거, 패치 바꾸는 스위치 등등...

게다가 크기도 작습니다. ME-70도 웬만한 소형 노트북 가방에 딱 들어가는 크기인데요, G3는 그보다도 훨씬 작습니다. ME-70과 비교해보면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사용해보니...

실제 사용을 해보면 처음 느끼게 되는 점은 선택할 수 있는 이펙터의 종류가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100가지 정도가 되는데요, 이것들을 페달 바로 위에 달린 TYPE 스위치 위/아래 버튼만 가지고 선택하려니 조금 힘겹습니다.

사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3개의 페달을 선택한 후에 각각 노브로 설정을 해주고 켜고 끄는건 풋스위치를 이용하면 됩니다. 꾹꾹이 3개 골라서 보드에 던져 넣고 조절하는거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똑같은 페달을 여러개 붙여서 설정할수도 있다는 점에서 참 좋습니다. Rat만 3개 연달아 붙여 쓴다던지 하는건 참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

다만, CPU의 처리 용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케이블 같이 생긴게 나오면서 그 페달은 동작 안합니다.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고요, 메뉴얼에 써있는 것과 같이 앰프 모델들이나 HD 리버브(이거 정말 좋더군요) 같은 것들을 두세개씩 연결하는 경우만 아니면 별로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뱅크와 패치가 존재하긴 하는데요, 읽어오는건 패치 전환 스위치를 누르면 되는데요, 패치를 저장하는건 자동입니다. 즉, 아무 패치나 선택하면 그 페달들과 설정이 올라오는데요, 여기에서 노브를 돌리거나 하면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그 상태 그대로 패치에 저장됩니다. 한편으로는 좀 당황스럽기도 한데 실제 쓰기에는 편리합니다. 신경 안쓰고 그냥 써도 됩니다. 


단점을 꼽아보자면....

노브가 생각보다 아날로그틱 하지 않습니다. 계속 돌리면 계속 무한정 돌아가는 스타일의 노브라서 실제 값은 화면상에 그림으로 그려지는 노브의 그림을 봐야 합니다. 노브의 느낌도 그다지 좋지는 않구요. ME-70처럼 큰 노브였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그리고, 노브가 돌아가는 속도가 좀 느립니다. 정확한건 아니지만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노브를 잡고 열심히 한 두 바퀴 돌리면 화면상에서는 한 20% 정도 올라가는 식입니다. 아무래도 이건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개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날로그식 노브의 장점은 노브를 잡고 휙 돌려놓으면 원하는 위치로 휙 간다는 점인데요, 그런게 안되니 좀 힘듭니다.

또 한가지.... 액정에 예쁜 페달 모양(아래 그림의 1번)이 뜨는데요, 그건 그냥 디스플레이일 뿐입니다. 물론 각 노브의 위치는 현재의 값을 대략 보여주기는 합니다만, 노브를 돌리는 순간 아래 그림의 2번과 같은 노브 화면으로 전환이 됩니다. 설정 가능한 노브가 3개 이상이라면 바로 위의 PAGE 버튼을 통해 2페이지(3번 그림)로 넘어갈수 있습니다. 암튼 이렇게 노브 조정이 끝나고 가만히 놔두면 다시 1페이지의 페달 그림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안그러네요. 노브 페이지인 상태(2,3페이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실제 페달을 ON/OFF 할때에는 페달 그림을 보는게 더 직관적인데 말이죠. 암튼, 조정이 끝나면 번거롭게 PAGE 버튼을 눌러서 다시 페달 그림이 나오게 해줘야 합니다. 이것도 아마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달들의 소리

이 페달을 받기 전에 제일 궁금한 것이 소리였는데요.. 예전에 G2.1u를 사용할때 좀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서 G3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요, 생각보다 그럴듯한 톤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공간계는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지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희안한 이펙터들이 많아서 상쇄가 됩니다.(과연?^^) 예를 들어 피치 딜레이라던지 슬라이서 비슷한 놈도 있고, 무그 같은거... 듀얼로 걸리는 페이저, 폭탄 소리만 내는 페달, 온갖 리버브와 딜레이들... -> [G3의 스펙 페이지]

드라이브 페달들은 나름 뉘앙스를 잘 재현하려고 했다는 느낌입니다만, 조금 부족한 면이 있기는 한데 그냥 보통 멀티에서 기대하는 만큼은 되는거 같습니다. 하이게인 페달들도 좀 있고요.

아래의 샘플들은 이 페달에서 나름 잘 재현한것 같은 OD-1, 메탈존, 빅머프의 소리를 G3/ME70/실제페달의 순서로 녹음을 해봤습니다. 톤을 대충 비슷하게 맞춰본다고 하긴 했는데 지금 들어보니 그냥 그러네요... 참고만 하시길... 그동안 잘 몰랐는데 비교를 해보니 전체적인 느낌은 ME-70의 페달들이 G3나 원본보다 좀 더 음의 변화폭이 넓네요. 녹음환경은 톤포트 GX의 JCM100 모델에서 게인만 9시로 두고 나머지는 모두 12시로 한 상태이고요, 기타는 깁슨 SG61입니다.

 

OD-1











메탈존











빅머프












결정적인 단점들!

언급하기 가슴아프지만 G3에는 두가지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딜레이 페달들이 탭템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멀쩡하게 TAP 버튼도 있고, 뒷면에 탭템포 페달이나 익스프레션 페달을 꽂는 곳도 있는데, 딜레이의 탭템포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전혀 의외인데요, 탭템포는 드럼머신의 템포를 조절하는 것과 딜레이들의 InputMute/Hold 기능 같은 것들만 지원합니다. 이펙터 상단의 TOTAL 버튼을 누르면 해당 패치에서의 익스프레션 페달과 탭템포 페달의 역할을 정해줄 수 있는데요, 정작 중요한 딜레이 페달들에서는 이 탭템포로 정해진 템포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이건 Zoom이 제정신이라면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바꿔주리라 믿습니다. (아니면 대략 난감-_-)


(탭템포 잘 됩니다.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딜레이의 TIME 노브를 제일 오른쪽 끝으로 돌리면 음표들이 나오는데요, 이 상태에서는 딜레이 타임이 TAP 템포의 박자를 따라갑니다. 페달을 자세히 살펴보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두번째는 개별 페달 ON/OFF시의 패치갭입니다. -_-
그룹이나 패치를 바꿀때에는 광고에 나온대로 1ms의 전환딜레이를 가지는데요, 가만히 들어보면 패치 바꿀때 딜레이도 뚝 끊기는 등 티가 나긴 하는데 어차피 패치 전환시에 그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페달들 3개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1개의 페달을 풋스위치를 통해서 켜거나 끄면 전체적으로 소리가 1ms정도 역시 끊깁니다. 이것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상당히 거슬립니다. ME-50같은 경우 패치를 바꿀때의 패치갭은 있었지만, Manual 모드에서 페달 하나 켜고 끌 때에 이 정도 패치갭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래는 딜레이를 켰다 껐다 하는 장면입니다. 명확하게 갭이 생기는걸 알 수 있습니다.
 

녹음한 파일을 열어 파형을 봐도 딜레이를 켜고 끌 때의 갭이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무시할만한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게는 이 점이 탭템포의 부재와 함께 결정적인 단점인 것 같습니다.


나는 이렇게....

G3는 마침 페달트레인 미니에 딱 맞는 크기입니다. 뒷쪽에 턱이 있어서 조금 높여줘야 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아래와 같이 페달보드를 꾸며서 당분간 써보기로 했습니다. G3에는 9V 500mA 짜리 귀여운 아답타가 들어있는데요, 페달파워 9V 250mA만 되어도 충분히 동작합니다.

여러가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G3가 이런 식으로 페달보드의 크기를 줄이는데 유용한 (게다가 튜너와 루퍼, 리듬박스까지 달린) 간편하고 좋은 멀티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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