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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이야기

Tech21 Trademark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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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집에서는 15와트짜리 마샬 앰프를 사용해 오다가 기회가 닿게 되어 Tech21의 Trademark 60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Tech21이라는 회사는 SansAMP로 유명한 회사인데요, 펜더/마샬/메사부기를 동시에 시뮬레이트 해주는 SansAMP GT2를 비롯한 앰프 시뮬레이션 페달류를 시장에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회사입니다. 저도 한때는 GT2를 사용했었습니다.

산스앰프 비슷한 류의 페달들이나 멀티 이펙터들의 태생적인 한계는 이렇습니다. 페달에서 아무리 원래의 앰프를 잘 흉내내도 사용자가 결국 또 다른 기타 앰프에 연결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최종적으로 연결되는 앰프의 특성을 띠는 소리를 내게 된다는 겁니다. 투명한 특성을 가진 앰프를 사용해야만 페달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거죠. 그렇다고 기타리스트들이 PA앰프에 물려서 사용할리도 만무하고요. 그래서 Tech21이 권장하는 투명한 특성의 앰프와 산스앰프 이펙터를 하나로 합쳐 만든 것이 Trademark 시리즈의 앰프들이라고 합니다.

Trademark시리즈는 10와트, 30와트, 60와트, 120와트 등의 모델들로 구성되는데요, 30와트 이하의 제품들에는 GT2가 내장되어 있고 그 이상의 기종들은 PSA라는 랙 형태의 산스앰프가 내장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GT2가 내장된 기종들은 원래 GT2에 있던 선택 스위치 3개가 그대로 박혀 있구요, 상위 기종들은 그런 선택 스위치는 없고요 그냥 일반적인 앰프의 콘트를 노브들처럼 생긴 노브들만 달려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60와트 모델은 2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습니다. 채널1은 펜더 스타일의 클린 채널이고 채널2는 Vox/Marshall/메사부기 등의 드라이브 채널입니다. 풋 페달에 의해 각각의 채널에 9dB까지의 부스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총 4 종류로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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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처럼 이 앰프에는 보통 앰프에서 보기 힘든 이상한 이름의 노브/버튼 들이 서너개 달려 있습니다. Growl이라던가 Weep, Punch, Bite등…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브는 드라이브 채널의 Growl 노브 입니다. 이 노브의 위치에 따라 중음대와 배음의 특성이 바뀌게 되는데요, 그 변화의 폭이 넓습니다. 제일 왼쪽으로 제껴놓으면 Vox 앰프의 특성을 띠고요, 중간 정도에는 마샬, 제일 오른쪽으로 돌리면 메사부기의 특성으로 바뀌는것 같습니다. 이 노브 하나만은 아니고 Treble/Bass 노브들과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 중간 중간에 숨겨 있는 오묘한 값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스프링 리버브가 내장되어 있는데요 Accutronics의 제품이라고 합니다. 제게는 생소한 이름인데 이 리버브를 좀 써본 후에 Holy Grail 리버브 페달이 조금씩 미워지고 있는걸 느낍니다. ^^ 특히 생톤에서 그윽하고 따뜻한 리버브를 들려줍니다. 예전 쓰던 15와트 마샬의 목욕탕 소리와는 많이 다릅니다.

스피커는 셀레스쳔의 12인치가 하나 붙어 있는데 “Seventy 80″이라는 촌스러운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_-; 그린백하고는 스피커 생김새가 조금 다른데 Tech21에서 커스텀 주문을 해서 생산한거라고만 써있습니다. 비교적 투명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위치 3개짜리 풋페달이 하나 딸려오는데요, 채널1/채널2 선택과 이펙터 루프 켜고 끄기, 부스트/리버브 켜고 끄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편리한 풋페달 덕분에 이 앰프 하나만 가지고 당장 공연을 해도 많이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 생각은 펜더 핫로드 시리즈나 JCM시리즈의 진공관 앰프를 하나 구입하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그 살인적인 무게와 관리상의 귀차니즘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를 않더군요. Trademark60은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예전에 써봤던 GT2에 좋은 이미지가 남아 있어서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Standby 신경쓸 필요 없이 아무렇게나 앰프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다는 TR 앰프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무게도 동급의 진공관 앰프들보다는 3분의 1 이상은 가벼운거 같습니다.

보통 진공관 앰프를 에뮬레이션 해준다는 페달들이나 앰프들은 음색은 비슷할지 몰라도 음압에서 결국 택도 없는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었는데요 이 Trademark 시리즈들은 그간 많은 연구개발로 발전이 있었다는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부드럽게 휘감기는 생톤과 자연스럽게 그렁거리는 크런치 톤, 펀치감 있는 음압을 느끼다 보면 과연 이게 TR 앰프인가 싶을때가 있습니다. 피크 끝에 착착 감기는 듯한 느낌은 크랭크업 된 진공관 앰프에서나 느낄수 있는 것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TR 앰프에서 느낄수 있는 종류의 느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앰프 껍질 벗겨보면 빨갛게 달구어진 진공관이 어딘가 숨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앰프의 앞면을 싸고 있는 패브릭 참 특이하고 예쁜 것 같습니다. 무슨 삼베 비슷하기도 하고 색상도 클래시컬한게…

마샬이 아닌 앰프는 처음 가지게 된 것 같은데요, 당분간은 그간 모은 이펙터 페달들과의 무궁무진한 조합을 연구하면서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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