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깁슨 SG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요, SG 61, SG 스탠다드, SG 페이디드 스페셜의 3개의 기타들 사이에 고민하다가 결국 SG 61을 들여놨습니다. 3개의 기타들을 각각 접해보니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이 넘치는 기타들이더군요. 사용하기는 SG 스탠다드가 제일 무난하고 편리할 것 같은데요, 사운드 면에서 SG 61의 빈티지하고 군더더기 없는 소리에 좀 더 마음이 갔습니다. 반면에 SG 페이디드 스페셜은 깁슨에서 나오는 기타들 중 가장 싼 축에(현지가 $600 정도) 속하는 모델인데도 상당히 괜찮은 가격대 성능비를 보여주더군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하나 소장하고 싶습니다.
깁슨의 기타들 중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는 종류가 SG인 것 같습니다. SG를 즐겨 사용하는 기타리스트들(앵거스, 토니,
피트 등등)이 지나치게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이라 그럴수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에서 60년대의 기타리스트들이
SG를 들고 있는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그건 SG가 61년도에 처음 나올때 레스폴의 개정판으로 나오면서 그 이전의
레스폴이 단종되어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깁슨에서 나중에 실수를 깨닫고 다시 둥글둥글한(?) 레스폴도 재발매를
했지만요. 성향이 상당히 다른 두개의 기타가 “레스폴”이라는 하나의 이름을 공유하던 시절이 있었다는게 아이러니합니다. 아래의
그림이SG가 레스폴 스탠다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당시의 팜플렛입니다. 지금 보면 참 웃겨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제
생각이지만, 보수적인 이미지의 깁슨이 신생업체인 펜더와 경쟁하면서 한껏 망가졌던 시절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 시기에
SG, 플라잉V등 깁슨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참 디자인이 깨는 기타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다시금 보수적으로
회귀했지만요.
여기에는 낯선 형태의 트레몰로 암(깁슨에서는 Vibrola라고 부르더군요)이 달려 있습니다. 이건 지금처럼 기타의 바디와 직각 방향으로 왔다갔다 하는게 아니라 기타의 바디와 평행한 방향으로 왔다갔다 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의 트레몰로는 곧 단종되고 그 뒤를 이은 것이 제 기타에 달려있는것 같은 디럭스 마에스트로 비브롤라라고 합니다. 1963년 정도 부터 이 방식의 트레몰로가 장착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SG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사이트인 everythingsg.com의 SG 카타로그들 모아놓은 페이지(링크)를 보면 예전의 SG 스탠다드 이상 급에는 거의 기본으로 비브롤라가 장착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70년대부터는 트레몰로가 장착이 안되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99년 NAMM 쇼에서 깁슨은 사용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못이겨 비브롤라를 장착한 SG 61을 내놓기도 합니다. [기사] 하지만 깁슨에서 히스토릭 라인을 출범시키면서 SG 61에서 비브롤라를 모두 빼버렸다고 합니다. 커스텀샵, 히스토릭, 앵거스영 시그너쳐에만 비브롤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근데, 2006년에 비브롤라를 장착한 SG 61이 잠깐 다시 시장에 나왔는데요, 미국에는 40여개만 풀리고 일본에는 그보다 훨씬 많이 풀렸다고 합니다. 지금도 깁슨 홈페이지의 포럼에 보면 이것 때문에 깁슨에 대한 질타가 이어집니다. (링크) 깁슨은 미국 소비자들을 물로 보냐는 둥, 일본만 시장이고 미국은 시장도 아니냐는 둥, 웬지 모르게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_^ 제 기타도 일본 야마노 악기에서 구매한 2006년 생산품입니다.
사실 여러가지 면에서 SG에는 이 트레몰로가 달려 있어야 더 좋은 것 같습니다. SG들이 모두 바디가 가벼워서 메고 서 있으면 넥 쪽으로 기우는 성향이 있는데요, 이 비브롤라가 달려있으면 그런 현상이 좀 덜합니다. 그리고, 61은 넥 조인트가 22플랫이라 스탠다드보다 더 브릿지나 모든게 다른 기타에 비해서 앞쪽으로 치우쳐 보이는데 반해 볼륨과 톤 등은 한참 뒤쪽에 치우쳐 있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것도 트레몰로가 장착되면 좀 나아보입니다. 심지어, 어떤 기타리스트는 비브롤라가 달려있어야 울림이 더 좋아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얼마전 에릭 클랩튼 내한공연때 함께 왔던 데렉 트럭스도 그런 경우인데요, 트레몰로 암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떼어버렸지만 항상 비브롤라가 장착된 SG 61을 사용합니다. 사실 사운드 면에서 비브롤라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일반 SG 61과 큰 차이는 못느끼겠습니다.
이 마에스트로 비브롤라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ABR의 뒤쪽에 있는 트레몰로 유닛은 사실 전체가 통 스프링(?)방식의 일체형으로 되어있어 암이 달려있는 부분이 공중에 떠있는 구조입니다. 통스프링이 그대로 바디에 박혀있는 바로 뒤에 Gibson이라는 이름과 Lyre(해금?)이 새겨져있는 커다란 네모난 판데기가 붙어있는데요, 이건 구조상 별로 필요 없어 보입니다. 이 비브롤라 때문에 튜닝이 많이 틀어질것 같이 보이는데 넛소스를 좀 발라주니 튜닝이 거의 틀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플로이드 로즈나 싱크로나이즈 트레몰로 같이 큰 폭으로 음을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빈티지 스럽게 살짝 살짝 쓰는 용도가 제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암업도 되기는 합니다.
넥은 60년대식 Slim Taper 넥인데 바디가 워낙 얇아서 넥이 오히려 두껍게 느껴집니다. 넥 접합부가 22플렛이기 때문에 하이플렛 연주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하이플렛 연주를 잘 못해도 레스폴의 하이플렛 부분이 두꺼워서 연주가 힘들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는데 이 기타로 연주해도 역시나 하이플렛 연주가 신통치 않아 참 뭐라 핑계댈 말이 없습니다. ^^ 하이플렛 짚기가 N4와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 대책 없이 넥을 길게 뽑은거 아닌가 싶습니다. 얇고 긴데다가 접합부도 거의 없다시피 해서 똑 부러지기 좋게 생겼습니다.
기타의 울림은 알차고 앙칼진 것 같습니다. 앰프에 연결하니 작은 음량에서는 그냥 그렇습니다, JCM900에서 대음량으로 들어보니 진가를 어느 정도 알겠습니다. 예를 들기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저용량 이미지를 확대해서 보면 점들이 엄청 커지고 거칠거칠해 보이는 반면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확대해 놓아도 디테일들이 부드럽게 잘 살아있는걸 볼 수 있는데요, 그냥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량을 키우니 군더더기 잡소리 없이 악기 고유의 음을 잘 내는 악기라는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펙터도 연결할 필요를 못느낍니다. 장착된 픽업이 57 Classic이라 게인을 많이 먹지 않을줄 알았는데 많이 먹어서 놀랐습니다. 두 픽업의 소리 변화도 재미있습니다. 프론트(리듬)로 두고 톤을 좀 만지면 Sunshine Of Your Love 톤이고요, 리어(트레블)에 두고 마구 기타를 학대하면 AC/DC 톤이 나옵니다. 하프톤도 독특하고요.
또 한가지, SG 사용자들의 자존심은 그 특이한 뿔 모양인데요, 뿔 모양은 SG 스탠다드가 더 야성적이고 나아 보입니다. 61은 좀 소심한 느낌이고요. ^^
마지막으로… 드디어 완성한 좌펜더 우깁슨입니다.. ^^
P.S) 제가 이용한 구매대행 업체의 배송이 참 엉망이더군요. 깁슨을 이 상태로 보내왔습니다. 골판지 상자 하나에 의지해서 현해탄을 건너오다니... 참... 그래서 첫번째에는 모가지가 부러져서 왔는데요, 아래 사진은 그나마 두번째 보낸겁니다. 포장을 더 확실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도 동일한 포장 상태에 시뻘건 스티커만 더 붙여서 보냈더군요. 두번째에 무사히 온게 다행입니다.
아래는 모가지 부러진 상태에서 배송된 SG